매년 11월 영국 북서부 컴브리아(Cumbria) 주에서는 세계 거짓말 대회(World's Biggest Liar)’가 열린다. 19세기에 시작된 이 대회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국적에 관계없이 거짓말에 자신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과 변호사는 참가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들이 프로 거짓말쟁이라 아마추어들과는 도저히 경쟁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변호사도 거짓말을 잘하지만 정치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치인은 그야말로 거짓말의 달인이다. 정치인은 개인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교묘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때로는 노골적이리만큼 사악한 방식으로 거짓말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지구온난화는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려고 지어낸 말이라고 트위터에 쓰는 등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해댄다. 거짓말이 들키면 가짜뉴스라고 언론에 책임을 돌린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짓말에 관한한 트럼프 뺨치는 정치인이 수두룩하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지자체 단체장들은 밥 먹듯 거짓말을 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도덕적 집단으로 평가됐던 문제인 정부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에 기만당하고 생각하고 있다. 정책 관계자들의 무능력뿐만 아니라 거짓 해명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촉발된 보권선거를 놓고 여당 유력인사들이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했다가 이틀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 손실이 커도 약속을 지키고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중대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를 땐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까지 거론하며 무공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런데 자기 말은 의견이었지 주장은 아니라며 무공천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해괴한 변명을 하는 지 연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잖아도 그는 거짓말 의혹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이란 오명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 최고위원도 손바닥 뒤집듯 거짓말을 했다. 그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태 때는 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와 똑 같이 당헌을 거론했다. 그런데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서울·부산시장 공천 여부에 대해 무조건 후보를 내면 안 된다고 말하기 곤란하다고 슬며시 말을 바꿨다. 부산시장 선거 1개를 치를 때와 서울시장까지 2개를 치를 때는 상황이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들이 얼굴 빛 한 번 붉히지 않고 거짓말을 한 배경은 정치적 계산이다. 나름 소신 발언으로 참신한 면을 보였지만 당 지도부와 극성 당원들이 비난하자 돌변했다. 이 지사와 박 최고위원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선주자와 당대표가 되려면 당내 지지가 절실할 것이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되겠다는 이들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쉽게 입장을 바꾸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언제 어떤 상황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고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상황에 따라 소신까지 뭉개면서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이라면 문제가 있다. 국민들의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통합 대신 국론을 분열시킨 것도 거짓말 때문이라고 본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거짓말을 하고서도 사과는커녕 침묵하거나 변명을 해대니 독재정권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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