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대한민국 공무원에 참혹한 만행을 저질렀다. 부유물에 의지한 채 35시간이나 표류한 민간인을 선박에 태우지도 않고 진술을 들었다. 그 후 실종자가 탄 부유물을 자신들의 선박에 밧줄로 묶어 수 시간이나 방치하다 결국 사살했다. 30분쯤 뒤에는 시신에 기름을 붓고 해상에서 불태우는 장면이 우리 군 카메라에 잡혔다. 이유를 불문하고 문명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잔인함과 흉포함이다.

군은 이런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실종자가 사살되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파장이 큰 사건임에도 이틀이나 지나 공개하는 등 뒷북 대응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자진월북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선박에 슬리퍼를 벗어두고 갔으니 월북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근거다. 시신을 불태운 것은 코로나 방역 때문이라며 북한을 편드는 발언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정부·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도 실망스럽다. 군과 입을 맟춰 월북으로 몰고 가면서 실종자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사건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이겠지만 잘못된 판단이다. 이번 사건은 본질은 북한이 우리 국민에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월북 여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설사 월북이 맞고 범죄자라 하더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절차에 따라 신병을 인계받아 우리가 처벌하는 게 옳다.

‘9·19 남북 군사합의위반이 아니라는 변명도 궁색하기 그지없다. 완충구역 내에서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포괄 조항이 있음에도 넘어오는 인원에 대해 사격하지 말라는 내용이 없어서 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합의문에 일일이 적대행위를 적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는 비상식적 해석이다. 정의와 공정을 외치면서도 자국민이야 어찌됐던 북한의 눈치를 먼저 보는 게 정부·여당이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를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다. 사건의 실체가 확인돼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데도 뜬금없는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신임 군 수뇌부 신고식에서 평화시대를 강조했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시신이 불에 탔다는 소식에 여론이 들끓을 때도 디지털 뉴딜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아카펠라 공연을 봤다. 25일 제72주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는 북한의 만행을 언급하지는 않고 단호한 대응이란 모호한 말로 국민들의 화를 돋웠다. ‘이게 나라냐’ ‘나라가 네 꺼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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