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3차 대유행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11일 신규 확진자는 689명으로 사흘 연속 700명 선에 근접했다. 이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정점이었던 229909명 기록 이후 286일 만에 최다 기록이자 역대 2번째 규모다.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이후로도 가장 많은 숫자다.

정부는 부랴부랴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검사 확대, 선별진료소 확충, 익명 검사 도입, 병상 확보 등 가용한 자원 총동원을 선언했지만 뒷북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껏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확산세가 진정되는가 싶으면 소비쿠폰을 뿌리고, 다시 심해지면 (.)5 단계‘+알파니 하며 오락가락 방역 행정을 했기 때문이다. 자영업 매장의 휴업 조치를 내리면서 누구도 납득 못 할 고무줄 기준을 내놓는 등 아마추어 행정도 성토 받아 마땅하다.

특히 단기간에 확진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과 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제때 입원하거나 입소하지 못하는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중환자 병상도 포화 상태에 달했다. 급기야 10일 서울의료원에는 컨테이너 병상이 들어섰다. 지금도 병상이 빠듯한 상황에서 정부의 우려대로 다음 주 확진자가 900명씩 쏟아진다면 온 나라가 대혼란에 빠질게 분명하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154개의 중환자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제시에도 불구하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 대구를 중심으로 1차 대유행이 진행될 때도 병상 확보문제가 제기됐지만 크게 개선된 게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감염병 전담 병상 1만 개를 공언해 놓고 현재까지 4900개만 확보한 상태다. 지난 82차 유행 직전에는 오히려 감염병 전담 병원 수를 줄이면서 코로나19 병상을 일반 병실로 전환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코로나 백신 확보에도 뒷북논란이 거세다. 일찌감치 백신 확보에 뛰어든 주요국들과 달리 정부는 지난 8월에야 제조사들과 접촉을 시작했다. 정부가 유일하게 선()구매 계약(1000만 명분)했다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연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못 받을 위험이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을 하고 있다. 부작용 우려로 백신 접종 시기를 내년 3분기로 정해 백신 확보를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백신 조기 확보 종용에야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상황이 엄중한데 문재인 대통령은 또다시 K방역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지난 2월 섣부른 코로나19 종식 발언으로 방역정책에 혼선을 더하더니 이번에는 긴 터널의 끝이란 표현을 세 차례나 썼다. 언제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날지 모르는데도 K방역 자랑만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물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정부의 신뢰를 좀먹는다. 시민의 모범과 의료진의 헌신으로 끌어올린 K방역의 신뢰를 정부가 까먹고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논어치기언이과기행(恥其言而過其行)’이란 공자의 말씀이 있다. 행동보다 말만 앞서는 일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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