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수습에 나섰다. 정 총리는 지난 주말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 지난 7월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백신 조기 확보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국민들은 정 총리의 솔직한 태도는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태껏 정부가 국민들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정부는 안전성 문제가 있어 백신 확보를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너무 늦지는 않게 백신을 확보할 것이라고 누차 장담했다. 심지어 외국 백신 회사들이 계약을 종용하고 있지만 안전성 차원에서 도입 시기를 저울질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모두가 희망고문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쯤 되면 방역당국은 물론이고 집권 여당도 국민에게 사죄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마땅하다. 그리고 늦었지만 백신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런데도 누구도 백신 확보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은 백신이 해결책이냐며 방역에 실패한 나라들을 따라할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한다.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화난 백신 민심을 대하는 대통령의 자세다. 대통령은 지금까지 코로나와 관련해 국민과 직접 질문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선진국들은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해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접종할 시기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실기로 언제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지 몰라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직접 주재했지만 백신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저 비상 상황이다. 다시 최선을 다하자란 추상적인 언급이 다였다. 21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도 백신 확보 지연에 대해서 해명이나 사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코로나 리더십은 문 대통령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그는 지난 14일 생방송 대국민 담화에서 그는 백신 확보 노력과 향후 절차에 대해 명확하고 투명하게 설명했다. 지난 2월 확진자 33명 중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 2명이 나오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확산을 막기가 더는 어렵다. 전략을 바꾸자며 솔직하게 고백하며 국민을 진정시켰다. 위기에 대처하는 싱가포르 정부의 능력과 지도자가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여실히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리 총리처럼 직접 코로나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백신 확보 총동원령을 내리고, 모든 책임을 직접 지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국민에게 사정을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내 편 얘기만 들을 게 아니라 반대편의 목소리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진솔하게 소통해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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