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9일 모더나와 코로나 백신 연내 공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의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와의 통화에서 2천만 명 분량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는 정부가 모더나와 협상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던 분량의 두 배에 달 한다. 애초 내년 3분기로 추진했던 백신 공급 시기도 2분기부터 들여오기로 했다. 청와대는 공급시기를 더 앞당기기 위해 추가 노력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마치 백신 확보에 큰일을 해냈다는 것처럼 발표했다. 그런데 국민들은 청와대의 발표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확정적인 단어는 거의 없고 확보’ ‘예정이라는 표현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다. 대통령의 K방역 자화자찬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청와대가 방어막을 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날 문 대통령은 올해 마지막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또 다시 K방역을 자화자찬했다.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사망자 수가 170만 명이 넘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잘 대응했다. K방역의 검사(Test), 추적(Tracing), 치료(Treat) ‘3T’는 이미 세계 표준이 됐다고까지 자랑했다.

그러면서 백신 확보가 늦었다비판에 대해서도 정면 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거나,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일각에 있다. 사실이 아니다. 내년 2월부터 우선순위 대상자부터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백신 확보에 앞장서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심지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대통령과 상이한 견해를 보였다. 정 청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코로나 백신) 물량은 내년 1분기부터 들어오는 것으로 예정돼 있지만, 생산량이나 유통에 문제가 생기는 등 불확실성이 상당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선 가장 먼저 내년 23월 도입하기로 계약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언제 얼마나 접종할 수 있을지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올 연말까지 40개국 이상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 2월에야 접종이 가능하다. 여러 상황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접종 시기가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현실과 동떨어진 유체이탈 화법을 읊조리고 있으니 국민들이 불안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방역 무능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이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코로나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질 때마다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주장하는 대통령의 백신 조기 확보 지시도 사실 관계가 부합되지 않는 점이 많다. 그렇다보니 이젠 대통령마저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판이다. 국가적으로도 참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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