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봉사상 수상자 '노정희 간호사'
이태석 봉사상 수상자 '노정희 간호사'

()부산사람 이태석기념사업회(이사장 이장호, 이하 기념사업회)가 제10회 이태석 봉사상 시상식을 13일 저녁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개최했다.

수상자인 노정희 간호사는 코로나19로 인해 필리핀 현지에서 참석하지 못했고, 집회제한조치에 따라 시상식도 예년과 달리 조촐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가 남기고 간 감동만은 다르지 않았다.

이태석 봉사상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다 숨진 부산출신 이태석 신부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제정됐다.

이태석 봉사상도 어느새 10명의 수상자를 냈다. 이번 수상자는 필리핀에서 29년째 현지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노정희(55)간호사가 지난 5일 선정됐다.

기념사업회 이장호 이사장은 간호사로서 의료 활동도 뛰어나지만 학교 운영 등 교육 사업을 활발히 전개했다수십 년 동안 한 지역에서 현지인과 유대감을 형성해 복지사업을 펼친 점도 높이 평가됐다며 노 씨의 수상 배경을 밝혔다.

1992년 부산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노정희 씨는 그해 바로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어린시절 꿈꾸던 선교사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다. 활동초기에는 현지의료인들과 순회 진료를 다녔다. 그러다 대학 동기가 현지에 설립한 유치원을 우연히 이어받아 운영하게 됐다. 노 씨가 정착한 세부 다나오 지역에는 교육의 손이 미치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이후 호산나학교라는 이름으로 유치원에 이어 초중고 12년제 학교를 설립했다. 호산나학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인심 좋은 학교로 소문이 나 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청소 등 근로 의무를 대신하는 장학 제도를 운영했다.

학교 양호실은 학생과 주민을 위한 무료 진료실로 활용했다. 그는 의사인 배우자와 함께 진료를 받기 힘든 섬 지역과 오지마을도 틈틈이 방문해 봉사를 실천했다. 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호산나학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필리핀은 방역대책으로 지난해 4월부터 4개월간 모든 국민이 집 밖으로 못 나오게 통제했다. 이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거나 공립학교로 옮기면서 한때 300명이 넘던 호산나학교 학생은 80명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호산나학교는 교사들의 임금을 주기 힘들 정도로 운영이 힘들어졌다. 노 씨는 살던 집을 팔고, 가족들과 학교 안의 접견실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노 씨는 학교를 문 닫을 수 없었다.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찾아와 노 씨의 의료 봉사에 동행할 때의 희열을 잊을 수 없어서다.

노 씨는 현재 사비를 털어서 학교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수상자 노정희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상을 받기엔 부족한 사람이라 사양하고 싶었다이태석 신부를 기리며 그 사랑을 전하고 있는 분들을 통해 이런 귀한 상을 받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감사하다앞으로 간호대학을 설립해 현지의 의료 환경개선을 위해 묵묵히 해나가겠다. 이태석 신부처럼 계속 현지에서 봉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매번 느끼지만 한 분 한 분 어찌나 선하고 편안한 인상들이신지 봉사를 하면 그렇게 되나 보다라며 수상자 추천을 받아보면 제2, 3의 이태석 신부님이 생각보다 많음을 느낀다세상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모든 분들이 수상자일 것이다. 그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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