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의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스포츠계가 쑥대밭이 되고 있다. 파문이 줄어들지 않자 흥국생명은 15일 이들 자매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배구협회도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심경섭도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들은 잔여 경기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소속팀과 배구협회가 재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파문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피해자가 언제든 자신의 경험과 주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SNS로 알려졌고, 앞으로도 SNS를 통한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도 일벌백계를 외치고 있다. ‘쌍둥이 자매 선수를 영구제명해야 한다는 청원에 10만명 이상 동참할 정도다. 이는 출장정지 등 일회성,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로는 고질병인 스포츠계의 학폭 악습을 근절할 수 없다는 신념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포츠계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빙상, 철인3, 유도 등에서 코치 등의 폭행·성폭력 사건이 폭로돼 홍역을 앓았다. 8개월 전에는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스포츠계 폭력을 고발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여건과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더욱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 스포츠계는 폭력 등 각종 사건 사고에 취약한 구조로 돼 있다. 선수들은 학창시절부터 합숙훈련에 내몰리고 공부는 뒷전이다. 좋은 대학·구단에 들어가고 메달을 따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지도자가 어린 선수를 손찌검해도 어느 정도 용납되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런 환경이니 선수들끼리 학대와 괴롭힘이 학습되고 대물림되는 것이다.

스포츠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키포인트는 성과주의 탈피다. 스포츠 관련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가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게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지만 개선될 기미는 없다. 대한체육회와 산하 경기단체는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저항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 의식 향상으로 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많이 변했다. 폭력에 민감하고 메달이 국위 선양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대한체육회 등 스포츠관련 단체들은 이런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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