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며 인사를 전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며 인사를 전하고 있다.

‘적당히’라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적절함과 대충이라는 상반된 어감을 알아차리는 방법은 ‘분위기’밖에 없을 듯하다.

“적당히 해라”라는 말 속에는 ‘대충해라’라는 뜻이 들어있을 수 있다. 당연히 올바른 현상은 아니다. 공직사회는 물론 어떤 직종에서도 무사안일주의는 배격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적당히 해라”라는 말은 ‘네 언행이 너무 과하다’라는 뜻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적절한 수위를 맞춰 말과 행동을 실행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기해년 2019년을 강타한 ‘조국 사태’는 경자년 2020년에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본인의 처신을 지켜보면 “적당히 해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조 전 장관은 2010년대 후반 대한민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한쪽에서는 칭송과 수호를,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규탄과 경멸을 동시에 외치는 인물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완연히 좌우·보혁으로 갈라져 중심에 선 조국이라는 인물을 향해 꽃과 창을 동시에 던지는 유례 없는 상황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언행의 때와 장소가 과연 적절한지는 결코 대충 넘길 문제가 아니다.

조국 사태가 각종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하면서 조 전 장관을 향한 조롱의 본질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었다. SNS를 이용해 본인의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배척하면서 본인 또한 비판 대상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SNS 정치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 비난의 초점이었다.

하지만 정작 조 전 장관은 정말로 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본인이 연루된 12개의 혐의에 대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의 진술은 들을 길이 없었다.

한동안 조 전 장관의 다문 입술만 바라봐야 했던 상황에서 정말 오랜만에 그의 메시지를 목격했다. 30일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4+1 최종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시점이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학자로서 오랜 기간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고 민정수석으로 관계 기관과 협의하며 입법화를 위해 벽돌 몇 개를 놓았던지라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차례차례 이루어지고 있기에 눈물이 핑돌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개인적인 소신에는 돌을 던질 수 없다. 하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유불리 선택 행보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본인이 간절히 원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넘치는 소통을,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에 대해서는 답답한 불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은 31일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제 그를 향한 시시비비는 재판정에서 법리로 따지면 될 일이다. 새해를 맞이한 조 전 장관은 행여 여론몰이로 보일 수도 있는 SNS 정치 대신 법정에서의 명쾌한 진술로 국민의 진솔한 이해를 돕는 행보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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