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TV가 만난 사람] 첫번째 이야기-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
사람의 중요성, 문화·예술의 힘, 민간외교사절단

거붕그룹 백용기회장
거붕그룹 백용기회장

지난 14일 서초동에 위치한 거붕그룹 사무실에 들어서자 장식장 가득 수많은 훈장과 화려한 선물들이 먼저 눈에 띈다. 이어 백발의 노신사가 환한 얼굴로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다. '확고한 신념으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업가' 거붕그룹의 백용기 회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업가

백회장이 운영 중인 의료법인 거붕백병원은 명실 공히 경남 거제를 대표하는 종합의료기관이다. 1969년에 미국인 선교사 시블리 박사(Dr.Sybley)에 의해 설립되어 대한민국에서 질병역학을 연구한 최초의 의료기관인 거제기독병원1999년 거붕그룹이 인수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백회장과 거제와의 인연은 거제도민들에게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주게 된다. 운영초기 의사수급의 어려움과 열악한 의료 환경의 개선을 위해 매진했던 백회장은 특유의 열정과 끈기로 결국 거붕백병원을 경남지역 최고 수준의 종합의료기관으로 재탄생 시키는데 성공한다.

높은 소득수준을 자랑하는 조선·관광의 도시 거제에도 몇 년 전 불황이 찾아왔다. 조선경기의 침체로 지역경제까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당시 백회장은 직원들조차도 의아하게 만든 결단을 내리게 된다. 1,000억을 투자하여 거붕백병원을 문화·예술이 있는 복합의료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문화·예술을 중시하는 백회장의 신념에서 기인한다. 거붕백병원은 201851차 신관을 준공하며 복합의료타운 건립의 시작을 알렸다.

신관은 350석 규모의 오페라 홀과 갤러리 등 누구나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소아들을 위한 병실 내 놀이시설 및 도서관을 두어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의료법인 거붕백병원' 신관 준공식에 참석한 백용기 회장과 대한민국재향경우회 강영규회장 (제공 거붕그룹)
'의료법인 거붕백병원' 신관 준공식에 참석한 백용기 회장과 대한민국재향경우회 강영규회장 (제공 거붕그룹)
거붕백병원 신관 전경(외부)
거붕백병원 신관 전경(외부)
거붕백병원 신관 전경(내부)
거붕백병원 신관 전경(내부)

백회장은 인터뷰 내내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예술은 사람과 사람이 마음으로 통하는 도구입니다.”  백회장의 이런 고집으로 거붕백병원은 크고 작은 문화·예술 행사가 가득한 지역의 명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의료법인 거붕백병원의 복합의료타운 조성 사업은 현재도 진행중이며 총 사업비는 약 3,500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백회장은 다소 색다른 장례식장을 구상중이다. “인간은 언제나 죽음과 가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별은 아름다워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장례식장은 슬픔을 해소하는 공간입니다.”  기존의 우울하고 침체된 장례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는 백회장은 이름도 축복식장’(가칭)으로 생각해 놨다고 한다.

 

백회장은 학교법인의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화도중학교는 예술, 영어, 독서교육이 특화된 경기도내 명문중학교로 알려져 있다. 백회장은 화도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예술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클래식 악기 등을 지원하고 전문 음악 강사를 초빙해 학생 1명당 2개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2005년 당시 폐교위기의 학교를 거붕그룹이 인수하며 백회장 특유의 끈기와 과감한 투자로 이끌어낸 결과이다.

 

- 대만에서 더 유명한 한국인

백용기 회장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있다. 바로 대만'이다.

백용기 회장은 한국과 대만의 민간외교사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대만정부에서 경제 및 외교분야 훈장 4개를 수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대만에서 이렇게 많은 훈장을 받은 사례는 민간인과 전·현직 관료 등을 통틀어 백회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백회장이 대만에 방문할 때는 국빈급 대우를 받는다.

백용기회장의 대만 훈장수여 기념사진
백용기회장의 대만 훈장수여 기념사진

백회장과 대만의 인연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회장이 컴퓨터 아카데미를 열기 위해 도입한 500여 대의 컴퓨터가 바로 대만에서 조립한 것이었다. 사업상 대만 방문이 잦아지게 되고, 자연스레 국내에 있던 대만 사람들과도 친분이 넓어졌다.

그러던 19928월 한국과 대만이 갑작스레 단교를 하게 되고, 대만대사관 사람들과의 마지막 식사자리에서 백회장은 그들의 눈물을 보게 된다. 그때를 전환점으로 백회장은 한국과 대만과의 교류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백회장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과 함께 대만인에게 빚을 진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단교 이후 매년 한두 차례 지인 및 문화예술단 2060명과 함께 대만을 찾았다. 사업적인 교류뿐만 아니라 국악인과 무용단원을 대동하여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등 민간경제문화사절단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했다

20년이 넘는 대만과의 활발한 교류 속에서도 백회장은 대만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 이는 신의(信義)와 예(禮)를 잃지 않겠다는 그의 초심 때문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30년 전 그가 가졌던 마음의 빚은 자랑스러운 훈장이 되어 그에게 돌아오게 된 것이다.

대만과 중국에서 증정한 선물들이 장식장과 집무실 곳곳에 가득하다 (왼쪽)
백용기 회장이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선물을 소개하고 있다(오른쪽)
대만과 중국에서 증정한 선물들이 장식장과 집무실 곳곳에 가득하다 (왼쪽)
백용기 회장이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선물을 소개하고 있다(오른쪽)

백회장은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처럼 대만과의 관계가 한층 발전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가 외교클럽인 서울타이베이클럽(한국, 대만 간 민간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2년 창립된 민간교류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 대만에서 훈장을 수훈한 것은 대단한 영광이면서도 사실 부담스럽기도 하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는 한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국가와의 친선도모는 물론 경제협력을 통해 관계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2016년 중국 대련시(大连市) 관광홍보대사로 위촉된 바 있다.

대만 건국 100주년 기념 '경제문화사절단' 방문 당시, 백용기 회장 (제공 거붕그룹)
대만 건국 100주년 기념 '경제문화사절단' 방문 당시, 백용기 회장 (제공 거붕그룹)

 

- 아들아 나는 네가 밥을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백용기 회장의 선친은 건국경찰출신이다. 평생을 사명감으로 많은 이들을 도우며 사셨던 분이라고 한다.

전남 순천에서 행랑어멈을 따로 둘 정도로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한 백회장은 집에 방문하는 누구든 소홀히 대접했다가는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백회장은 중학생시절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 자신의 삶을 바꿔 놓았다고 믿는다. 사내가 갖춰야할 덕목과 더불어밥을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밥을 사는 사람이 되려면 우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사람을 정성껏 대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망설이지 않고 밥을 살 수 있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그의 삶의 가치관을 형성했다.

이러한 백회장의 가치관은 그를 미련하게 보일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사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언제나 사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그의 태도 역시 아버지의 가르침을 토대로 만들어진 오랜 습관이다.

백 회장은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훨씬 크다"며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용기회장의 조부 故백낙희 선생의 비석에 새겨진 글귀. 故백낙희 선생은 일제시대 이순신장군의 사당을 불태우려던 일본 순사에 맞서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사당을 지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용기회장의 조부 故백낙희 선생의 비석에 새겨진 글귀. 故백낙희 선생은 일제시대 이순신장군의 사당을 불태우려던 일본 순사에 맞서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사당을 지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거붕(鉅鵬) 그리고 P-STA

백회장은 사명이자 아호인 거붕(鉅鵬)을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크고, 높고, 존귀할 '()’자에 한 번에 구만리를 난다는 전설의 새 ()’. 거붕이라는 이름은 큰 날갯짓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한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또한 피스타(P-STA)라는 기업 가치를 선포하고 새로운 거붕을 위해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P-STA''P'는 사람(Person)을 뜻한다. 모든 가치에 사람이 최우선 한다는 뜻이다. 'S'는 공간(Space)을 뜻한다. 공간은 기능적으로 완벽해야 하며 언제나 쾌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T‘는 시간(Time)을 뜻한다. 모든 일에는 순간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로 적시성을 뜻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A’는 도움(Assist)을 뜻하는 말로 언제나 상부상조해야 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백회장이 가장 으뜸으로 치는 가치는 단연 사람이다. 언제나 직원을 최고로 대우한다. 그룹사 전 직원과 가족을 동반하여 최고급 패키지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일화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직원들을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이렇게 직원들을 예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긍인'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그만의 신념인 것이다. 거붕에 대한 자긍심을 가진 거붕인, 백회장은 이들을 '자긍인' 이라 명명했다.

자긍인으로서 고객에게 늘 감동을 주고 이를 통해 거붕의 가치를 경이롭게 드높이자는 40년 그룹운영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인 백용기 회장은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에서 만큼은 상당한 자부심을 보였다.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은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할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와 문화·예술분야의 접목을 강조했다.

문화·예술은 인종, 세대를 초월하고 부(), 명예를 뛰어넘는 본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인생의 목표가 락희만(樂喜滿)이라는 그의 말처럼 누구나 문화·예술을 통해 기쁨과 풍요로움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끝으로 학교법인의 이사장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자라나는 후학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기자의 질문에 도식적이고, 기획되고, 양육되고, 사육되지 마세요. 경험을 얻는 사람이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밝게 웃고 밝은 생각을 가지고 살면 행복 할 것입니다. 늘 기뻐하고, 매사에 정진하고, 항상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직원들이 한송이씩 모아 선물한 장미꽃바구니
직원들이 한송이씩 모아 선물한 장미꽃바구니
직원들이 본인의 얼굴로 만들어 선물한 백용기회장의 초상화와 거붕백병원 의료진이 선물한 감사액자
직원들이 본인의 얼굴로 만들어 선물한 백용기회장의 초상화와 거붕백병원 의료진이 선물한 감사액자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직원들이 한송이씩 모아 전달한 장미 꽃다발과 직원 한명 한명의 얼굴로 백회장의 초상화를 만들어 놓은 액자가 놓여 있다.

'저에게는 보물과 같은 선물'이라며 한껏 자랑하는 백회장의 모습에서 누구에게나 진심(眞心)은 통하는 법 이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라 하겠다.

 

폴리스TV 염재덕기자

저작권자 © 폴리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