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 해군기지 등이 민간인에게 잇따라 뚫리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 시흥시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에 50대 남성이 침입했다. 만취한 채 산나물을 캐려고 울타리 아래 땅을 파고 들어갔다고 한다. 서울을 지키는 수방사가 1시간가량이나 이런 사실을 새카맣게 몰랐다니 경악할 일이다.

지난 7일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의 외곽 펜스를 절단한 뒤 무단 침입해 시위를 벌였다. 2시간이나 기지를 활보하며 기념사진까지 찍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1월에도 치매 증세가 있는 70대 노인이 진해 해군기지 정문을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해 1시간 넘게 돌아다녔다. 검문병이 셋이나 있었는데도 전화하고 차량 검사 하느라 놓쳤다고 한다.

이 처럼 올 들어 군부대에 민간인이 무단 진입한 사건의 실상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거동 수상자가 땅을 파도, 정문으로 걸어 들어가도 몰랐다는 사실에 그저 말문이 막힌다. 취객과 치매 노인이 아니라 적군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몸서리 처진다. 군대라 부르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차라리 보이스카우트가 더 어울린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군 기강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우리 군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한·미 연합훈련과 군 야외훈련이 중단되고 장병들의 휴가와 외출 등이 금지돼 나사가 풀릴 대로 풀려있다. 게다가 정부가 북한이 초대형방사포 등 단거리발사체를 쏴대는데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니 군 기강이 바로 설 수 없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7일 군의 경계작전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재발 방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정 장관은 군 수뇌부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가운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북한 목선의 삼척항 '노크 귀순' 때도 똑 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아마 그의 말을 신뢰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 기회에 경계 실패에 대해 잘잘못을 철저히 가려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야 당나라 군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군대다운 군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북한 눈치를 살피는 정부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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