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하고 SNS 등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장남 이모씨(33)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2'피해자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았다'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n번방' 사건으로 성범죄는 엄벌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일선 법원에선 성범죄에 대해 여전히 불구속 재판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가득이나 ‘n번방조주빈 사건이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는 상황에서 가진자를 배려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이번 기회에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단단히 벼르는 정부의 방침에도 반하는 결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씨는 여성 3명과 각각 성관계를 가진 영상을 상대방 동의를 얻지 않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 영상을 본 누군가가 신고해 서울중앙지검이 조사를 벌인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의 범죄 행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마 재벌 2세가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구속됐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구속 영장을 기각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근래 들어 유명 연예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가수 정준영이 성폭행과 불법 영상물 유포로 처벌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다수 연예인들의 디지털 성범죄 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 유명인들을 모방한 청소년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성범죄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현상이 줄지 않는 것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가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디지털 성범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구속수사 원칙과 엄격한 양형 기준 마련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

무엇보다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법의 양형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게 급선무다. 조주빈 사건도 정도가 자극적이라는 점만 다를 뿐 한국 사회에서 늘 벌어지고 있었던 디지털 성범죄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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