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0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0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이 청와대 공식행사에 초청받거나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 한 인사는 22청와대 행사를 두고 경제협·단체간 물밑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며 재계의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인사는 지난 정부의 트라우마로 공식 행사가 정치권과 재계의 주요 소통로로 떠오르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청와대 행사가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이벤트라 경쟁이 과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집권여당과 지연·혈연·학연 같은 기존 접근방식으로는 '()'할 길을 찾기 쉽지 않은 청와대 때문에 그나마 공식적인 행사에 매달리는 눈치싸움이 격렬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계 다른 인사도 청와대 행사에 초청되느냐, 청와대 관련 행사를 유치하느냐가 어느 정부 때보다 조직력과 대외 영향력을 드러내는 방편이 됐다정부가 투명한 소통을 강조할수록 청와대 행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신년회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재계 주최 신년회에 참가하는 대신 별도의 청와대 주관 신년회를 개최했다.

청와대가 올해 신년회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하면서 일각에서는 그동안 제기됐던 재계와의 소통 소홀 논란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발표 직전까지 물밑에선 대한상의의 말 못할 노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10대 그룹 계열사 한 임원은 지난해 대통령 신년회가 중소기업중앙회 회관에서 열린 이후 대기업 쪽에서 아쉽다는 얘기가 많았다대한상의도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대표 경제단체로 내심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5대 경제협·단체 가운데 무역협회도 청와대와의 교감에 부쩍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정부와의 관계가 다소 소원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제외하고 무역협회까지 나머지 3단체간 눈치싸움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1년차 중반에 취임한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은 2004년 참여정부에서 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으로 일하다 참여정부 말인 2007년 산업부 장관을 지냈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 자체가 친문 인사로 청와대나 정부와 스킨십이 좋다 보니 대한상의나 중기중앙회에서도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단체마다 정치권과 소통로 역할을 하는 대외협력 담당 인력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내부 기류를 잘못 읽거나 행사 관련 실적이 저조한 임원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경제단체들의 청와대 줄대기 경쟁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탄탄한 지지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임기 4년차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면서 레임덕 없는 정권 후반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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