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연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하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재조사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한 전 총리는 검찰의 강압 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며 재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충분히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한 전 총리 구하기에 나선 근거는 비망록이다. 당시 사건의 핵심 증인인 고 한만호씨의 검찰의 회유로 거짓 진술을 했다는 비망록이 최근 언론에 공개된 뒤부터 검찰 압박에 들어갔다. 검찰은 비망록은 이미 재판 증거로 사용됐고, 자금 추적 등 다른 증거들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고 주장하지만 거대 여권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한신건영 대표 한 씨로부터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기소됐다. 1심에선 한 씨가 돈을 줬다고 한 검찰 진술을 번복해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는 한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유죄가 선고했다. 물론 한 씨를 법정에 불러 진술 번복 이유를 확인하지 않은 것도 정상적 절차는 아니었다. 당시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사법농단 관련 문건에 한명숙 사건을 상고법원 도입과 연관 지은 대목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종결된 사건을 재조사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자칫 사법질서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면 사법절차를 따르면 된다.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사법체계에는 재심이라는 구제절차가 있다.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수집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면 된다. 지금같이 여론 조성을 위해 군불을 때면서 검찰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작권자 © 폴리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