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으로 위독한 상태인 6·25전쟁 영웅 백선엽(100) 예비역 대장이 “어떤 특혜 없이 대전현충원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그의 가족이 전했다.
백 장군 가족은 “백 장군은 대전현충원에 묘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며 “안장지를 둘러싼 논란에 연루되지 말았으면 한다는 게 백 장군 뜻”이라고 28일 밝혔다.
현재 여야는 백 장군이 별세할 경우 현충원 안장 여부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여권은 과거사 청산을 내세우며 광복회가 추진하는 친일·반민족 인사를 현충원에서 이장한다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거론하고 있다.
앞서 여권 일각에서는 친일 논란 인사에 대한 ‘현충원 파묘(破墓·무덤을 파냄)’를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이수진 당선자가 지난 24일 현충원 안장 친일파의 파묘를 주장했다.
같은 당 김홍걸 당선자도 28일 백 장군이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다며 사후 현충원 안장에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보훈처가 최근 백 장군을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이 꽉 차서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이 이의를 제기했다.
야당은 국가보훈처가 청와대와 여권의 눈치를 보고 서울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 장군 가족은 당초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장지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군은 6·25전쟁 초기인 1950년 8월 육군 제1사단을 이끌고 다부동에서 북한군 3개 사단을 물리쳐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을 건져냈다.
백 장군은 다부동 장지와 관련, “국가가 관리하는 곳에 개인 묘지를 만들면 특혜가 된다. 내 묏자리는 대전현충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 장군 측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서울현충원에서 ‘국가유공자 묘역에 백 장군 묘지를 만들겠다’는 연락이 오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처 측이 ‘백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됐다가 뽑혀 나가는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발언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에게 “‘파묘(破墓)한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백 장군 예우 문제에 걱정하고 분노하는 분들이 많다”며 “전쟁 영웅이 공적에 걸맞은 예우를 받아야 한다”고 서울현충원 안장을 요청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장군(100)이 사후 현충원에 안장되면 안 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백 장군은 현행법상 현충원 안장 대상이 맞다”고 밝혔다.
서울현충원 안장에 대해서는 “서울현충원의 장군 묘역이 가득 찬 상태”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보훈처장은 최근 보훈처 직원이 백 장관을 찾아가 서울현충원 안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는 논란과 관련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서울현충원은 국방부 소관이고 대전현충원만 저희(보훈처) 소관”이라며 “(서울은) 장군 묘역이 만장 상태다. (백 장군이) 오시면 대전으로 올 수 있을까, 이런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