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성금 훔친 일당 덜미

주민센터앞 놓고간 돈 금세 사라져 30대 2명, 컴퓨터점 어렵자 범행 ‘얼굴없는 천사’ 19년간 6억 기부

2019-12-31     염재덕 기자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완산경찰서는 30일 성금을 가로챈 혐의(특수절도)A(34)씨와 B(35)2명을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이날 오전 910분쯤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뒤편 천사공원 내 희망을 주는 나무밑에 익명의 기부자가 놓아둔 성금 4000여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고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돈을 구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얼굴 없는 천사가 매년 비슷한 시기에 성금을 놓고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주민센터가 문을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인근에 차를 세워두고 천사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천사공원은 매년 성탄절을 전후로 익명의 기부자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수천만원의 성금을 전달해온 선행을 기리기 위해 전주시가 주민센터 뒤편 텃밭을 개조해 만들었다.

A씨는 이날 익명의 기부자가 노송동주민센터에 전달하기 위해 성금이 든 A4 용지박스에 담아 천사공원에 놓고 주민센터 직원과 잠시 통화하는 사이 이를 자신들이 타고 온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몰래 싣고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얼굴 없는 천사가 성금을 2003년부터 17차례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전후해 전달해 왔다는 것을 용의자들이 미리 알고 잠복 등으로 계획적인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일당은 오후 2시경 대전 유성구와 충남 계룡시에서 전북지방경찰청의 공조 요청을 받고 추적에 나선 충남경찰에 범행 4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일당은 붙잡힐 당시 훔친 돈을 쓰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조사를 위해 전주 완산경찰서로 압송되면서 왜 돈을 훔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훔친 박스에는 5만 원권 지폐를 500만 원 단위로 묶은 현금 12다발과 노란색 돼지저금통,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A4 용지가 들어 있었다.

이들이 훔친 성금은 천사가 매년 노송동주민센터에 몰래 전달한 기부금(5000만 원 안팎)을 웃도는 6000여만 원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에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쉽게 입을 열지 않고 있으나, 천사의 성금 기부 시기에 맞춰 사전에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차량을 주차해놓고 잠복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노송동주민센터는 이날 오전 103분쯤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남성으로부터 잇달아 전화를 받고 천사공원을 샅샅이 살폈으나, 성금이 든 상자를 찾지 못했다.

천사는 전화 통화에서 천사공원 내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성금을)놨으니 가보라라는 간략한 말을 남기고 끊었다.

직원들은 당시 천사가 일러준 장소에서 성금을 찾지 못한 채 당황하자 천사는 이어 23차례 연거푸 전화를 걸어와 성금을 놓은 자리를 재차 알려줬으나, 결국 발견하지 못하자 경찰에 도난 신고했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중년 남성이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성금 수천만원이 든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조용히 사라지는 선행을 이어오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20004월 한 초등학생을 통해 전달한 돼지저금통이 발단이 된 이후 올해로 20년째다.

그는 매년 A4용지 박스에 5만원권 뭉치와 동전 등을 채운 돼지저금통, 메모글 등을 담아 보냈는데, 지난해까지 성금 총액은 6억 원이 넘는다.

 

폴리스TV 염재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