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해 칼럼] 둥지가 무너지면 그 안의 알들도 무사하지 못한다.
요즘 우리 정치권을 보면 국익은 오간데 없고 오직 나만 살기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여야 간 논의나 협치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정쟁만을 일삼고 있으니 국민들로서는 실망의 수준을 넘어 이젠 포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대통령직 5년을 맡아야 하는 그 위대함은, 한마디로 고독이다. 위대한 고독이라 할 수 있다.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숨 쉬는 것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고독이다.
600여 년 전의 태종 이방원의 고독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 대한민국의 실패와 성공으로 직결된다. 우리네 삶의 행복과 불행은 국가의 행·불행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소훼란파(巢毁卵破), 둥지가 무너지면 그 안의 알들도 무사하지 못한다. 우리네 삶의 둥지를 책임지는 대통령,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을 존중하고, 대통령을 사랑하고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통령이 가는 길을 멈춰서는 안 된다. 걸어가는 고독한 그 길에는 청사에 기록될 민족의 역사와 국민들의 뜨거운 눈빛이 함께 하고 있음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조선조 태종 이방원은 “10명의 신하가 있다고 치자. 그 중의 한 명은 틀림없는 충신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한 명은 반역을 꿈꾸는 역적이다”라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8명은 누구일까. 필자는 태종의 다음 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왜 그가 클 태(太)자를 쓰는 임금인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나머지 8명은, 내가 강하면 충신이 되고 내가 약해지면 역적이 된다’라는 의미이다. 태종 이방원의 고뇌와 처갓집까지 멸문을 시킨 그 번뇌를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국가를 경영하는 자가 맞이해야 할 슬픔이요 고독이 아니겠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 속에서 발견한 것은 돌아선 8명이었다. 김무성이 그랬고 이정현이 그랬고 유승민, 이준석이 그랬다. 평소엔 입이 닳도록 충성을 약속하던 자들이었지만, 그들은 돌아섰다. 그들은 비박과 친박이라는 이름으로 당쟁싸움에 골몰했을 뿐 주군의 위기엔 무기력한 존재였고 배신자들이었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도 1명의 충신과 1명의 역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8명의 기회주의자가 있을 것이다. 현재를 미루어 판단컨대, 아직까지 대통령은 쓸 만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없으니 사람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람을 바꾸지 못하니 정부조직을 완성할 수 없다. 보다 널리 사람을 구해야 하지만 참모진과 여당은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성의와 집념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등을 돌릴 8명 속에는 참모진도 포함된다고 본다. 그들은 부림을 받을 사람들이지 목숨을 바쳐 대통령을 옹호할 사람들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김기춘 비서실장 같은 절대의 충성을 보일 사람은 누구일까. 믿음을 속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이 그 8명을 끝까지 믿고 싶어 한다면 지금 누구보다 강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