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로 흐르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2020-01-15     배정서 기자
농협 임직원 800여 명이 14일 열린 '농협중앙회장 공명선거 실천 결의대회'에서 공명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달 31일 실시되는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이번에도 '깜깜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정책선거가 불가능해 자질 검증이 어려운데다 후보들의 출마여부마저 선거가 임박해서야 알 수 있게 돼 있어 깜깜이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기존의 '깜깜이선거'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허식 농협 부회장은 "임직원의 부당한 선거관여 행위 등이 적발될 때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 하겠다"고 공명선거의 의지만 보일 뿐이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예비후보자들은 오는 16~17일 이틀간 정식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18~30일 본격적인 경쟁에 벌인다.

정식 후보 등록은 3개 시도의 50명 이상 100명 이하의 조합장 추천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후 31일 농협중앙회 대의원회 회의장에서 열리는 대의원회에서 292명의 대의원조합장들이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추천서 접수가 선착순으로 시차를 두고 접수가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추천서 50장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앞서 등록한 후보자의 추천서와 중복될 경우 무효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난 달 19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자 13명은 전국을 돌면서 '자신만을 위한' 추천서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전쟁'을 벌였다.

이번 선거의 제일 큰 문제는 예비후보자들의 비전,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들이 전화 등 정보통신망 이용 등을 통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지만 정책토론회 등과 같은 기회는 마련하지 않았다.

1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만 전체 대의원들에게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는 투표 당일인 31일 현장 소견발표가 유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자들은 자신의 인맥과 지인들을 앞세워 '한 표'를 호소하는 방법 이외의 다른 선택이 없다.

김병국 예비후보자는 "농협중앙회장이 250만 농민과 12만 임직원을 대표하는 자리임에도 현재는 대의원 조합장 292명을 선거인으로 해 경선기간 13일 만에 선출되는 구조"라며 "정책토론회 같은 후보자간 검증 과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지역구도 선거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협방송(NBS), 지상토론회 등을 통해 후보자간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정책토론회가 실시된다면 '깜깜이' 선거가 아닌 미래를 함께하는 토론과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14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본관대강당에서 중앙회 및 계열사 임직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공명선거 실천을 위한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현재 13명의 예비후보들 중 당선 유력 후보로는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 김병국 서 충주농협조합장,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 이성희 전 낙생농협조합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