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 마감한 경찰, 올해 벌써 20명…정신건강 관리 ‘경고등’
올해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이 1~8월 기준 2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 해 22명에 육박하는 수치로 경찰 내부의 정신건강 관리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살한 경찰관은 2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연도별 자살자는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등 매년 20명대를 유지했으며, 누계는 111명에 이른다.
직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상담을 받는 경찰관은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마음동행센터’ 이용자는 지난해 약 1만9천 명, 상담 건수는 연간 3만~3만8천 건 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상담사 수는 이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상담 인력과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참사나 치안 현장 투입 이후 심리적 충격(트라우마)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등 사건에 투입된 경찰관들에게 단기간의 심리지원만 제공해서는 충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한 경찰관은 “완치될 때까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심리치유 기관 운영 실태를 분석한 연구들은 ▲상담 인력 부족 ▲지방 접근성의 한계 ▲상담 기피를 부추기는 조직문화 등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마음동행센터는 전국에 분포하고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고, 상담사 1인당 업무 부담이 과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찰관 정신건강 대책으로 ▲장기 추적 치료 체계 도입 ▲피어 서포트(동료 지원) 확대 ▲조직문화 개선 ▲현장 대응 역량 강화 등을 제안한다. 특히 대형 사건에 투입된 고위험군은 단발성 상담이 아닌 장기적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피어 서포트는 상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등에서는 피어 서포트와 CISM(중요사건 스트레스 관리) 모델이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상담받는 경찰은 약하다’는 인식을 없애고 상담 참여가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울러 트라우마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와 연계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는 경찰관 정신건강 대응에 있어 다층적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피어 서포트·CISM, 위기응답팀 등이 대표적이며, 국제형사경찰협회(IACP)가 주도하는 ‘국가 경찰관 자살 예방 컨소시엄’은 다학제적 전문가 그룹을 통해 정책과 프로그램을 권고한다. FBI와 각 주(州) 차원에서도 기본 정신건강 교육과 동료 지원을 표준으로 권장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법률 제정이나 제도적 지원을 통해 경찰관 전용 비밀 상담망이나 동료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최근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에서는 경찰관 자살 예방 법안이 통과되는 등 정책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상담 인력·시설 확충 계획이 발표되는 등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실효성 확보와 예산·인력 배치가 관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캠페인이나 일회성 지원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와 예산, 인력의 구조적 보강과 함께 조직문화 전반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