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석 압승…다카이치, 개헌 발의선 단독 확보
자민당 중의원 68% 장악… ‘전쟁 가능국’ 개헌 추진 탄력 보수·청년·무당층 결집한 ‘사나카쓰’ 현상 주목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하원) 총선에서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전체 의석의 약 68%로, 헌법 개정안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310석)를 단독으로 넘겼다.
이는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총선 최고 성적으로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1986년 300석을 뛰어넘었으며 정치적 멘토로 꼽히는 아베 신조 전 총리조차 달성하지 못한 수치다.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총선에서 294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기자회견에서 개헌과 관련해 “국민 사이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전쟁 및 무력 행사의 영구 포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헌법 9조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고 국방력을 강화해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헌법 개정은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발의할 수 있으며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다만 자민당과 연립여당 일본유신회는 참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개헌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일본 정치 지형의 보수화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의원에서 자민당(316석)과 일본유신회(36석)를 합치면 352석으로 전체의 75.7%에 달한다. 여기에 국민민주당(28석), 참정당(15석)을 포함한 범보수 진영 의석은 총 395석으로 전체의 84.9%를 차지했다. 반면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구성한 중도개혁연합은 49석에 그치며 기존보다 118석이 급감했다.
이 같은 대승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 개인의 높은 인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은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총리 지지율이 75%에 달했다며 “총리 개인의 인기가 자민당 의석 증가로 직결됐다”고 분석했다. 교도통신도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가 득표를 견인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적극 재정을 통한 경제 성장과 침체 탈피를 내세우며 기존에 다른 정당으로 이동했던 보수층과 젊은 층, 무당파까지 흡수했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히며 총리직을 걸고 선거에 나선 점도 유권자 결집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지에서는 다카이치 총리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현상을 두고 ‘사나마니아’, ‘사나카쓰(사나에+오시카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유세 현장에는 청중이 몰렸고, 다카이치 총리 사진이 실린 자민당 공약 팸플릿을 받으려는 시민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특히 젊은 층의 지지에 주목했다. 한 대학생 유권자는 “자민당은 아저씨 냄새 나는 이미지였지만 여성 첫 총리인 다카이치가 등장하면서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년 유권자는 다카이치 총리가 인기 만화의 대사를 인용해 연설한 점을 언급하며 “트렌드를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 정책에 대한 강경한 발언도 일부 청년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마이니치는 중국과 한국을 상대로 한 다카이치 총리의 매파적 태도에 대해 “강력함을 느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으로 다카이치 총리는 사상 최대 의석을 기반으로 강한 정치적 추진력을 확보했지만 참의원 의석 구조와 국민투표라는 절차적 관문을 넘어 개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향후 정치적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