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결제 요구는 사기” 경찰청·조달청, 노쇼 범죄 근절 협력체계 구축
나라장터 계약 전 사기 예방 안내 의무화…문자 경고·정보 공유로 피해 차단 중동 정세·유가 상승 악용한 ‘긴급 구매’ 요구 주의…중소업체 타격 심각
경찰청과 조달청이 공공조달 시스템을 악용한 ‘노쇼 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계약 단계부터 차단하는 예방 체계를 구축한다. 공공기관을 사칭해 대리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의 범죄가 실제 피해로 이어지면서 단순 거래 취소가 아닌 조직적 사기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경찰청(청장 직무대행 유재성)과 조달청(청장 백승보)은 20일 오전 11시 경찰청 통합대응단 회의실에서 「공공조달 계약 악용 ‘노쇼 사기’ 피해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경찰청 신효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과 조달청 김지욱 디지털공정조달국장이 참석해 국가 계약 전산망을 악용한 사기 범죄 차단에 협력하기로 했다.
최근 발생하는 노쇼 사기는 국가·지자체 공무원을 사칭해 나라장터 낙찰 업체에 접근한 뒤 특정 업체에서 물품을 대신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대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가격 급등으로 긴급 확보가 필요하다”거나 “협력업체 물품을 대신 결제해 달라”는 요구는 대표적인 사기 수법으로 지목된다.
실제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한 일당이 조달업체에 접근해 발전기·자재 등의 구매를 요청하고, 특정 업체로 대금을 송금하도록 유도한 뒤 잠적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소업체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사한 수법으로 여러 업체를 동시에 노리는 방식이 확인되면서 피해 확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사기범들은 실제 공공조달 절차와 유사한 형식을 갖춰 접근하기 때문에 경험이 적은 중소업체일수록 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긴급 상황을 강조하며 신속한 결제를 요구하는 점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은 올해 상반기 전국 시행을 목표로 나라장터 시스템을 개편해 계약 단계에서 사기 인지를 의무화한다. 업체가 전자계약서 초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찰청이 제작한 사기 예방 안내문을 알림창 형태로 노출하고, 이를 확인해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예방 조치도 병행된다. 경찰청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조달업체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사기 예방 문자를 발송하고, 조달청은 신종 수법이 발생할 경우 나라장터 등록 업체 전체에 긴급 주의 문자를 일괄 발송할 계획이다. 또한 양 기관은 범죄 동향을 상시 공유하고 사기 의심 사례를 신속히 전파하는 공조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은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 상황을 악용해 유류나 발전기 등 물품의 긴급 구매를 요구하는 사기 시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러한 요구는 정상적인 공공조달 절차에서는 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거래 전 반드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효섭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은 “국가기관의 신뢰를 악용하는 사기는 영세 중소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범죄이다.”라며 “이번 조달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범죄 진입 단계부터 철저히 차단해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지욱 조달청 디지털공정조달국장도 “경찰청과의 협업을 통해 공공기관 사칭 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조달업체의 사기 피해를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사후 수사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계약 단계에서 범죄를 차단하는 사전 예방 중심 대응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찰은 노쇼 사기를 포함한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대해 수사와 예방을 병행하며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