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ABC론 후폭풍…송영길·친명계 반발 속 여권 내 갈등 증폭

유시민 “송영길, 대통령과 당에 해 될 가능성” 발언 친명계 “불필요한 갈라치기” 비판…여권 내부 갈등 확산 청와대 “실명 거론하며 논란 키우는 것은 불편”

2026-03-27     엄재식 기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이른바 ‘지지층 ABC론’ 발언이 정치권 논쟁으로 확산되며 여권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유 전 이사장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과 민주당에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당내 분열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송 전 대표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해가 될 사람”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해당 발언은 유 전 이사장이 앞서 제기한 ‘ABC론’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18일 같은 방송에서 유 전 이사장이 민주당 지지층을 세 유형으로 구분해 설명한 발언이었다.

그는 민주당 지지층을 가치 중심의 ‘A그룹’, 이익과 생존 중심의 ‘B그룹’, 두 성향이 혼합된 ‘C그룹’으로 나누며 정치권 행보를 설명하는 분석 틀이라고 소개했다. 유 전 이사장은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정치적 위기가 오면 B그룹이 먼저 떨어져 나간다”고 말해 논란이 커졌다.

이 같은 분류가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 등 이른바 ‘뉴이재명’ 그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송 전 대표는 이에 반발하며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제가 친문 세력과 싸우면서 당대표가 됐다”며 2022년 대선 당시 친문 세력이 이재명 후보 선거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어 지난 2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유 전 이사장이 저 같은 사람을 B로 분류해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대통령이 외롭고 힘들 때 제 나름의 가치를 지켰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지지층을 갈라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은 연대와 단합으로 미래를 향해 가야 할 시점인데 굳이 편을 가르는 논쟁을 저수지에 던져 엉뚱한 개구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김남국 민주당 대변인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A그룹과 B그룹, C그룹을 나누고 거기에 도덕적 가치 판단까지 입히면서 일부를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며 “그 표현에 해당된다고 느끼는 당원들은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유 전 이사장은 25일 같은 방송에서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지지층을 분류해 갈라치기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치인과 비평가들의 행보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였다”며 “모든 인간은 생존을 위한 이익 추구와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해명이 오히려 갈등을 확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B그룹을 중도층이나 이른바 ‘뉴이재명’으로 가정하면 대통령에게 위기가 와서 B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B가 떠나면 그게 위기”라며 유 전 이사장의 논리에 인과관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을 부담스럽게 바라보는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장관이나 국무위원, 선거나 전당대회 후보로 뛰고 있는 사람들을 실명으로 거론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논란을 키우는 사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쟁이 단순한 발언 논란을 넘어 여권 내부 권력 구도와도 맞물려 확산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과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거론되면서, 여권 내부 갈등이 향후 정치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