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 방북 기밀문서 해제서 뺀 이유...임종석 때문?

2020-04-01     임영우 기자

외교부가 지난 31일 공개한 외교 기밀문서에 '임수경 방북 사건'이 누락돼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994년부터 국민의 알권리 신장과 외교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일부 극비상항을 제외하고 매년 공개해오고 있다.

이번에는 30년이 지나 기밀을 해제한 1989년도 외교 문서 1,577(24만여 쪽)을 전면 공개했다.

그런데 그해 발생한 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사건인 한 임수경 전 의원의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참가 관련 문서는 전혀 포함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전대협 의장이었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전대협 주축들이 기획, 주도한 사건으로 국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임 전 의원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각종 외교 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의원이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떤 루트로 북한에 갔는지는 국민적 관심사였지만 외교부는 이에 대한 문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비밀방북 했는데 외교문서가 방북 과정에서 하나라도 생산됐는지 모르겠다""외교문서이기도 하지만 개인문서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정하는데 작용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관련 외교문서는 많지 않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문서가 없다는 것이냐, 있는데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이냐고 묻자 일부 과정에 대해선 외국 정부와 나눈 대화가 문서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외교 문서가 전체적으로 있는데 대부분 공개 안 했다고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을 돌렸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외교문서에 임수경 사건에 대해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교부는 남미 페루 주재 리인춘 당시 북한통상대표가 1989825일 한 리셉션장에서 한국 대사에게 임수경 구속에 항의하는 내용은 공개했다.

당시 리 대표는 남북대화나 합시다라고 말을 건네는 한국 측에 선생들은 말로만 남북대화, 남북대화하는데 젊은 임수경은 왜 구속하는 것이요라고 추궁했다.

이에 우리도 국법이 있는데 밀입북은 국법에 어긋난다는 한국 대사에게 리 대표는 말 돌리지 말고 구속 사유나 설명하라며 거듭 다그쳤다.

임 전 의원은 한국외대 4학년이던 19896월 전대협 대표 자격으로 밀입북해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했다.

당시 무단으로 방북한 임 전 의원은 당돌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임 전 의원은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과 악수를 해 북한 내에서 '통일의 꽃'이라고 불렸다.

1989815일 판문점을 통해 돌아온 뒤엔 체포돼 35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