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추 장관은 12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이 법안은 인권 침해와 과잉 수사 우려가 클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방어권 행사를 막는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추 장관의 휴대폰 비번 공개법은 대검 감찰부에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기소 과정을 진상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나온 것이다. 이는 검·언 유착 의혹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한 검사장에게서 압수한 휴대폰에 대해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으나 잠금장치를 풀지 못해 수사에 애로를 겪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법무장관이 인권 논란을 따져보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법을 제정하라는 것은 권력의 횡포다. 나아가 검찰 개혁을 명문으로 내세워 권력 수사를 하는 검찰을 옥죄고 있는 처사다. 추 장관은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 관계자들이 수사를 받으면서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침묵했다.

추 장관은 휴대폰 비빌번호 공개법 추진을 언급하면서 영국 등 선진국을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는 법원 명령이 있을 경우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테러나 중요 범죄 등 다중의 이익이 걸린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될 뿐이다. 미국에서는 비밀번호 강제 해제가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받지 아니한다는 수정헌법 조항에 위배되는지를 두고 주 법원마다 엇갈린 판결이 나온다.

형사 피의자가 자백을 강요당해선 안 된다는 것은 형사절차법의 대원칙이다. 헌법 제122항에는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피의 사실의 증거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큰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비밀번호를 진술하라는 것은 이 이 조항에 위배될 여지가 크다.

휴대전화는 개인의 정보가 총 망라돼 있는 프라이버시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내용에 쉽게 접근한다면 사생활 노출로 인한 인권 침해는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수사기관의 과잉 수사와 법원의 영장 남발 등이 종종 문제가 되고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도 아닌 법무장관이 위법을 만들라고 지시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저작권자 © 폴리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