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진행된 '2020년 송년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대한상의 사진제공)© 뉴스1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진행된 '2020년 송년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대한상의 사진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내년 경제 전망과 관련, "단기적 부진, 급격한 회복만 시나리오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야기될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박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진행된 '2020년 송년인터뷰'에서 이 같이 우려하며, Δ백신 수급 시기 Δ기업구조조정 Δ정부 및 민간 부채 확대 Δ자산시장 불균형 Δ고용시장 양극화 등을 향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과 관련해서는 "내용뿐 아니라 처리 과정도 굉장히 서운했다"면서도 "법률이 통과됐으니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보다는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서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올 한해 우리 경제를 되돌아보며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고 표현한 박 회장은 "경제를 떠받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낙후돼 있다. 빨리 고쳐줘야 새로운 산업의 문을 열고 국제적인 경쟁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 일문일답.

―내년 경제전망은.
▶내년 경제상황은 전문가 이야기를 참고하면 기저효과가 있어서 회복세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백신 접종이 시작돼 거리두기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고 여기에 정책적 부양책이 연결되면 올해보단 나아진다는 기대감은 확실히 있다. 그렇지만 내년 회복세는 단기적 측면에 불과할 것 같다. 백신이 코로나로 인해 야기된 여러 문제를 치료할 수 있겠지만,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 비상 대책조치에 대한 후유증은 남을 것 같다. 그것이 적절하게 검토되고 상응하는 조치가 따르지 않게 되면 내후년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얼핏 생각해도 사실은 내년 이후에 경제리스크 요인들이 상당히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슈는 아니고 글로벌 경제에서도 비슷한 이슈라고 보고 있다. 경제리스크 요인 중 첫째로는, 코로나 백신이 얼마나 빨리 보급되느냐에 따라서 회복의 속도도 아마 나라마다 달라질 것 같다는 점이다. 나라별로 회복의 속도가 달라지면 요즘처럼 전세계적으로 하나로 연결된 공급망의 시대에서 모두 회복의 영향을 받게 된다. 둘째는 국가부채비율이 나라마다 다 높아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숫자로 보면 아직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이 부채 비율이 올라가 있고 통화가 팽창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건정성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팽창됐던 정책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우리한테 어떤 임팩트가 있을 것인지, 이것 역시 우려되는 점 중에 하나다. 셋째로 사상 최고수준의 민간부채다.<참고 :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세계 GDP 대비 민간신용은 166.4%로 통계작성(1999년 1분기)이래 최대>. 민간부채가 많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서 상당히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넷째로 자산시장 불균형도 문제다. 요즘 전세계 경제가 나쁜 것에 비해서 주식시장은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활황이다. 부동산 시장도 우리는 그래도 강력한 정부 조치가 있어서 주춤하지만 미국은 주택가격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다. 자산시장 불균형이 금융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다섯번째로 우리나라는 특히 정치일정들이 내년에 잡혀있다. 이러한 5가지 주요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자금사정이 급격히 좋아질 거 같지 않다. 기업자금 안정대책에 대해서는 좀 상당기간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구조조정이 활성화되는, 즉 '옥석가리기'가 계속될 텐데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이 미리 검토되기를 기대한다. 실물경제가 안정적인 회복까진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따라서 기업 금융지원은 안정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때까지는 계속 지원돼야 할 것 같다. 회복되고 나야 빚을 갚을 수 있지 않겠나. 백신이 얼마나 빨리 보급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따라서 여전히 중소기업 여건은 계속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우량한 회사보다도 비우량한 회사들의 회사채 압박이 커질 듯해 계속 지원해 주길 부탁드린다.
SPV(기업유동성지원기구), 기간산업안정자금 같은 올해 특단의 대책들이 나왔었는데 이 자금들의 일부는 활용도가 많이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 여력을 이용해서 좀 더 전향적으로 구조조정 하는 데에 도움을 더 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나 우려하고 경계할 점은 기업들의 신용평가에 대한 이야기다. 평상시에 하던 신용평가가 과연 이런 위기상황 경우에는 부실기업 판단을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평상시보다 부실기업 판단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신용평가기관이 더 좀 면밀하게 공정하게 들여다봐야 하고, 신용등급에 대해서도 안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일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상황에 따라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위기상황에서 평소와 같은 잣대로 평가받으면 그 평가에 따른 신용등급에 따라 자금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신중하게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대한상의 사진제공)© 뉴스1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대한상의 사진제공)© 뉴스1

 

 



―코로나19 이후 기업활동 변화는.
▶디지털, 비대면, 산업별로는 바이오 산업 등 좋든 싫든 이런 변화는 계속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그 변화는 계속될 것 같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관심, 일하는 방식의 변화, 또 기술의 변화, 이런 것들에 대한 수용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질 것 같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그런 부분을 빨리 받아들이고 가까이 가는 기업들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비대면 온라인화, 신산업 진출에 따라서 좋은 데는 더 좋아지고 덜 좋은 데는 더 나빠지는 양극화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올 것 같다. 필요한 인력은 모자라고 남은 인력은 필요한 곳이 많지 않은 이런 인력 미스매치 문제도 필연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또 기업문화도 융통성 있고 애자일(agile, 민첩한)한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환경 이슈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을 빨리 하는 것도 세계적 흐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업이 인식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그간 여러 가지로 논란이 많기도 했지만, 사회변화에 발맞춰 우리도 인식 자체를 빨리 맞춰야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더 이상 성장과 수익만을 응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성장과 수익이 기업이 하는 일을 합리화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늘 얘기하지만 투명성, 합리성, 공공성에 대해서 인식강화를 해야할 것 같다. 또 사회전체 양극화라든지 사회안전망 요구라든지 이런 것들을 기업의 부담만으로 보기보다는 이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주체의 하나로서 사회에 그런 요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좀 더 전향적으로 보는 기업의 인식변화가 있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 내년부터 미국 바이든 정부기 출범하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미중관계가 급격히 좋아지진 않을 거 같다.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친중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미중 간 갈등 문제가 방식과 모습을 달리할 수는 있지만 갑자기 화해모드로 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자국 이익 우선주의, 바이 어메리칸(Buy American)은 상당기간 유지될 것 같다고 전망한다.
한미간의 관계는 예측 가능한 관계로 복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오랜 우방으로 지켜온 게임의 규칙(Rule of Game)이랄까. 둘 사이의 관계를 급격히 바뀌는 깜짝 요소(surprise factor)는 줄어들 듯하다.
한일관계는 우선 정경분리부터 됐으면 좋겠다. 한일갈등이 1년 정도 지나서 양국이 결국 얻은 게 없지 않느냐. 이제는 말로만이 아니라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로 분리가 좀 됐으면 좋겠다. 한미는 예측가능한 관계, 한일은 정경분리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 이게 가장 큰 흐름이고 기대가 아닌가 싶다.

― 올해 대한상의 역점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기업과 사업과 경제가 새 기회 찾아서 가는데 법과 제도가 그걸 가로막는다면 바꾸거나 들어내야 한다는 그 소신에는 변함없다. 7년 내내 한 말이다. 그 생각을 갖고 수도 없이 법과 제도를 바꿔달라고 했는데, 그게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각각 관련된 분들이 다 하기 어려운 여건이 있더라. 그걸 다 무시할 수는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방법이 '민간 샌드박스'다. 법 제도 장벽을 우회해서 먼저 일을 벌이게 하는 제도에 착안을 했었고. 그걸 정부가 바로 수용해 민간창구를 상의로 지정했다. 낡은 법제도를 혁신하고 젊은 기업에 사업기회를 확대하는 생각을 그래도 상당부분 욕심껏 할 수 있었다. 제일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둘째는 코로나 위기 극복에 여러 일들을 했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경제상황이 바뀌니까 우선순위가 바뀌어서 기업들이 단기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을 빨리빨리 유도를 해야겠다 싶었다. 상의 내부에 태스코포스도 만들고, 정부에 시기가 늦지 않게 자금경색 해소, 피해업종 지원 등 요구를 끊임없이 했고 제안도 많이 드렸다. 다행히 정부에서 상당부분 그 제안들을 수용했다. SPV를 통한 긴급자금 지원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해줬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사실 정부하고 손발 맞춰서 위기 대응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소신으로 얘기했던 법 제도의 혁신에 대해서는 얼마만큼 했나 보면, 법은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도 해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사실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기업규제 3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2020.9.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기업규제 3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2020.9.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규제혁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년 10월에 문재인 대통령께 '민간 창구를 하나 열어달라. 우리도 손을 보태겠다'라고 말했고 이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정부에서 하는 샌드박스와 경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도와서 새로운 사업을 여는 속도를 올려보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정부가 초스피드로 석달 만에 샌드박스 민간창구를 만들어줬다. 그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부하고 같이하는 샌드박스를 통해서 어려웠던 일이 풀린다고 소문이 나니, 청년 창업가들이 찾아와서 세상에 없던 신기술도 출시가 됐다. 예를 들면 무선충전 기술은 2가지가 있었는데, 특정한 공간에 머물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다중무선충전기술, 버스가 길 위를 달리면서 저절로 충전되면서 가는 기술 등이 있었다. 공유주방, 공유미용실은 서민업종인데, 공유주방의경우 식품위생법을 60년 만에 손을 본 거다. 공유미용실은 거의 20년만 이고.
그리고 유튜브에 혁신영상을 만들어서 제가 직접 더빙을 다 했다. 제가 직접 호소한다는 생각이었다. 그걸 또 KBS가 취재해서 방송도 해줬다. 결과를 정리해보니까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출범한 지 반년 조금 넘어 200여일 일했는데 84건 정도 해결을 했다. 신청서류를 줄 세우면 여기서 국회까지 6.5Km 정도 거리까지 다다를 수 있다. 하루 한건씩 혁신서비스를 지원했고 평균적으로 매주 3건 정도씩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다.

―국회에서 상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했는지 궁금하다.
▶국회하고는 정말 그 애증의 관계라고 해야되나(웃음). 상당부분의 보람도 국회와 관련돼 있었고, 상당부분의 무력감도 국회하고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올해와 같이 어려울 때 추경 좀 빨리 정부에서 원하는 대로 해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렸는데 4차례나 추경을 해줬다. 또 일부 작년에 했던 P2P법부터 시작해서 올해도 여러 개 법을 개정했는데 이는 보람으로 남아 있다. 반면, 계속해서 건의했는데도 기업규제 완화되는 법은 안 해주고 기업한테 부담되는 법안들을 처리할 때는 정말 무력감을 느끼고, 서운했다. 특히 이번에 경제3법의 경우에는 내용뿐 아니라 처리과정에서 굉장히 서운했다. 정치법안과 똑같이 그렇게까지 처리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국회는 진짜 에피소드가 많다. 제가 다니면서 하루에 7km 이상을 국회의원회관 안에서 걸은 적도 있고, 온몸이 다 땀으로 절어서 국회 갔다와서 다시 속옷부터 다 갈아입고 다시 일을 해야 된 적도 있었다. 한번은 TV에 국회가 나오는데 우리 손녀가 보고 있더니 '어 할아버지 회사다'라고 했다. 왜 그런가 보니까 얘가 TV보고 있으면 내가 국회 찾아가는 장면이 많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지난 달에는 환노위원장실에 청년 창업가들을 데리고 갔는데, 데자뷰(Deju vu)라고 해야하나 상황이 굉장히 익숙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그 전 해에 똑같은 사람을 데리고 똑같은 이슈로 똑같은 자리에 있었던 거다. 그런데 일년이 지나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사람들을 데리고 또 갔는데 또 안 되더라. 그런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해서 어쨌든 샌드박스도 통과하고 해서 청년들하고 단골 고깃집에서 점심을 했는데, 그날 얘기 나누면서 같이 해결해주려고 뛰다보니까 동지애 같은 게 생겨서 끈끈해졌다. 그 친구들한테 내가 "대박이 나라. 지금 하는 사업 하나로 대박나면 제일 좋고. 또 그렇게 해서 사업이 성공하면 성공의 경험을 살려서 다른 곳에 진출해서, 자네들 중 한사람이 자가용 제트기 가지고 와서 '회장님 어디 점심이나 하러 가시죠'하고 나 비행기 태워서 점심 먹으러 가자"는, 그런 얘기를 했다.

―기업 규제 입법과 관련한 대응방안은.
▶3법에 대해서 누차 말씀을 드렸지만 절차 등에 아쉬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법률이 통과됐으니, 이제는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보다는 통과된 법 테두리 안에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서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대화 처음부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또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반영을 해 주겠다'라고 국회에서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 공청회도 했고 토론회도 한거다. 그런데 입법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부작용은 어떻게 막을 것이냐,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법이 이제 통과 됐으니까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투명하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할 수 있는가 대책을 찾고 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개별법들에 해당하는 문제도 굉장히 많다. 하나 예를 들자면 화평법, 화관법 같은 경우기업들이 기회만 있으면 과잉입법이라면서 보완을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얘기한다. 우리 기업들이 환경이 바뀌면 적응을 대단히 잘 하고, 그건 역사를 통해 증명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기회만 있으면 거론이 되는 법에 대해서는 좀 과잉입법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마다 '하는 소리 또 한다'고 하고 치우기에는 너무나도 지속적이고 너무나도 일관되게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느냐. 개별법 차원에서는 이러한 것 좀 고려해달라.
이번에 통과된 3법에 대해서는 역시 하위에 시행규칙, 시행법을 다 만들어야 하니, 거기서라도 부작용 막을 수 있는 대책들이 들어가면 좋겠다. 이 법을 만드는 과정을 돌이켜 보면, 이게 전체 기업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감사위원회가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주주의 의사결정 독점으로 인한 피해가 있다'고 주장을 하는데, 기업들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다. 일부의 기업에 해당하는 문제가 지적이 된 것이고, 그래서 법을 바꿔야 된다고 주장을 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주주의 행위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대해 무방비로 놔두면 곤란하다고 지적을 했었다. 이 양 극단의 논의를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논란이 되어왔는데, 사실 대다수 기업은 중간에 있다는 거다. 이 대다수의 성실한 기업을 생각하면 과잉입법이 될 수밖에 없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5월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5.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5월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5.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백신보급 시점에 따라서 경제회복 속도 다를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들에게 백신 수급 문제에 나서달라고 요청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백신 문제는 기업이 나서서 뭘 할 수 있을지, 난 그걸 잘 모르겠지만 백신 관련해서는 조금 냉정해져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 왜냐하면 마음들이 다 급하다. 나도 65세기 때문에 고위험군이이다.
이번에 백신을 선주문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리스트를 뽑아봤다. 미국, EU, 영국 이런 나라들은 실제로 백신개발에 실제로 관여가 됐던 나라 아니겠느냐. 그 다음에 백신이 개발되는 동안에 아마 임상에 협조한 나라들 있었을 거다. 자국민이 임상에 협조하면 위험에 노출시키는 거 아니겠느냐. 그런 나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개발사 입장에서 협조를 얻는 대신에 제공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있었을것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어느 한쪽은 백신 해결됐는데 우리는 해결이 안 됐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번 백신은 역사에 없을 정도로 빨리 개발됐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조금 시차를 두고 우리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얘기를 계속 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은 계속해서 확진자수가 늘어나니 공포의 단계는 점점 올라가고, 다른 나라에서는 백신을 접종한다는 뉴스가 들어오니까 이게 일종의 패닉(panic)을 촉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심리적인 공포를 제외해놓고 보면, 지금 시점에 거의 재앙이 온 것처럼 반응하는 건 과민반응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정부하고 관련된 제약사가 됐든 누가 됐든 최선을 다해서 대처를 하면 우리나라가 여태까지 방역에 성공적으로 해온 게 하루아침에 무위로 돌아갈 만큼 위기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건 개인의 의견이다. 조금은 냉정하게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 말씀드리고 싶다.

―기업3법 대처 과정에서 경제단체의 단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는.
▶우선 첫째 단합이란 단어를 쓰면, 단합이 무엇을 위한 단합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경제단체는 자기 단체 성격에 따라서 내는 목소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게 태생적인 특징이다. 왜냐하면 경제단체별로 회원사 구성도 다르고 설립 목적 임무도 다르고, 계속해서 집중해온 이슈도 다른데, 갑자기 단합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게 무슨 논리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단합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보다도 단합이 뭘 의미하느냐에 대해 의문이 있다. 특히 요즘같이 경제가 복잡한 단계로 가는 과정에서 각 단체가 체감하는 수준 다르고 전문성이 다르다. 각각 집중하는 것에 따라 토론을 하고 의견을 내고 해야지, 한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저는 오히려 경제계 대 정부, 입법부 대 경제계 이렇게 대립의 구도를 만들어 놓고, 그 대립의 구도에 참여했냐 않했느냐로 구분 짓는 것 같아서 이 이슈 자체가 불편하다. 또 그걸 놓고 경제단체간의 불협화음이라고 하는 것은 더 불편하다.
결국 단합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좀 생각을 달리해야 하겠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 경제3법만 해도 경제단체가 공동대응을 하자는데 상의는 참여를 안 했다. 안한 이유는 그 시점 훨씬 이후에 공청회도 열리고 토론회도 열리지 않았느냐. 경제단체도 전문적으로 합리성을 가지고 논의를 하려면 충분한 의견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고, 전문가 의견들이 보태지고, 팩트와 의견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고 난 다음에 의견형성이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법을 통과시켜야겠다', '반대한다'라는 의향을 먼저 강력하게 내는 것은 맞지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의는 참여 안 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이다. 앞으로도 경제단체가 한꺼번에 몇 개 단체가 모여서 공동성명 내는 것은 좀 줄어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상의 역할은.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다.
▶상공인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높임으로써 우리나라 경제활동을 잘되게 하는 것이 상의 존재 목적이다. 제가 7년 전 취임사에서 한 얘기니까. 상공인들의 경제활동이 원활하도록 의견을 내고 또 정부와도 조율하고 입법부하고도 조율을 하는 게 역할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상의는 회원사가 18만에 달한다. 대기업에서 아주 작은 기업까지 다 들어가 있다. 그런 회원구성과 전국의 73개 조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역의 뿌리 경제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사의 이해가 교차되는 사안에는 쉽사리 대변할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대한상의의 위상이라는 것은 제가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위상이라는 것은 그 대상을 바로보는 사람들이 인정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얘기해야하는 거지, 내가 얘기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재임 동안 위상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최태원 회장 등과 교감이 있나.
▶그 질문 나올 줄 알았다(웃음). 뭐 답이 올 것이다. 선출과정도 다 법으로 정해져있다. 2월 넷째주 정도에 그때 선출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이전에 여러 가지 법적인 과정이 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부터 한 달정도 사이에 어떤 형태가 되든지 간에 회장단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그때 밝혀질 것이다.

―최태원 회장에 제안을 한건가.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대답을 어떤 형태든 안 하겠다. 지금까지도 안 해왔고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추측을 해서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회장단 내부에서는 논의가 진행 중인가.
▶그것도 대답 안하겠다. 미안하다. 곧 알게 될텐데, 조금만 기다려달라. 그런데 이렇게들 관심이 많으니, 이걸 보면 상의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주시는구나 느낀다. 그래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아마 어느 분이 됐든지 다음에 하실 분도 제가 할 때하고 비교해서는 상당히 더 큰 책임감 하에 이 자리에 들어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대한상의 회장 맡은 지 7년5개월이 지났다. 소회는.
▶아직 정리 안 했다. 제가 놀란 것은, 제가 의도한 건 아닌데, 처음 제가 보궐임기 시작했을 때 했던 취임사와 본임기를 시작할 때, 한번 연임했을 때 취임사하고 요새 상의회장으로서 여러 가지 말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거의 변화가 없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기업 및 경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기대·현상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 중에서 변하지 않아서 좋은 건 잘 된 일이고, 변해야 하는 일들이 그대로인건 문제 아니겠나. 소회라면 아마 변해야 할 것들이 더 변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데 대한 아쉬움, 일관된 것은 지켰다는 생각, 그 정도일 것 같다. 그건 구체적으로 나중에 제가 나가는 날 인터뷰 원하시면 그때 이야기 해드리겠다. 공식적으로 석달, 실질적으로는 두달 남았으니까.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갈등이 3년째다. 예전에도 질문드렸는데 기업간 문제라서 언급하는 거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경제단체장으로서 어떻게 보나.
▶나보고 중재해보라는 얘기도 있었고, 회장들 간에 서로 잘 아는데 대국적인 해결하라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이 문제는 기업 바라보는 눈이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 고객, 인적자원 이런 문제 놓고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상이했고, 그래서 법원 판단까지 맡긴 것다. 이를 무슨 친구 간 협상하듯이 할 일은 아닌 거 같다. 어떤 형태든 법에 의한 결론이 좀 나와야 해결이 될 거 같다. 판결, 법원 중재 등 법 체계 하에서의 해법이 나와야지 그냥 뭐 악수하고 대충 이렇게 합시다, 이건 아닌 거 같다. 두 기업이 규모도 크고, 사회적 입장·지위 이런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법의 심판을 맡겼기 때문에 양쪽이 빨리 해결하려면 양쪽이 법원하고 이야기해서 조금 더 과정을 가속화 한다던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빨리 어느 정도 결론이 나와서 그걸 근거로 해서 중재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 퇴임 후 계획은.
▶아직 없다. 이제는 뭘 해야 할 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진행된 '2020년 송년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진행된 '2020년 송년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저작권자 © 폴리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