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 /사진=뉴스1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 /사진=뉴스1
장정석 키움 히어로즈 감독. /사진=뉴시스
장정석 키움 히어로즈 감독. /사진=뉴시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뉴스1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뉴스1

지난 10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날이 될 것 같다. 이날 키움이 LG를 10-5로 누르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로써 2019년 한국프로야구 패권 다툼은 키움, SK, 두산 세 팀으로 압축됐다.

공교롭게도 남은 세 팀은 이른바 무명 선수 출신 감독이 이끄는 팀들이다. LG(류중일 감독)가 탈락함으로써 이런 구도가 만들어졌다. 38년 프로야구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가을 야구는 김응룡(우승 10회) 김성근(3회 우승) 선동열(2회 우승) 류중일(4회 우승)등 스타감독들의 잔치판이었다.

키움 장정석 감독과 SK 염경엽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은 모두 현역 시절 이른바 스타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세 감독이 대스타출신 감독들을 누르고 1,2,3위 가장 높은 세 자리를 움켜쥐었다.

염경엽 감독이 2013년 키움을 맡았을 때 야구계에 던진 충격은 상당했다. 염경엽은 감독은 당시만 해도 필수 조건이었던 스타 선수출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명 출신 감독 기용은 실험용으로 여겨졌다.

염경엽 감독은 첫 해부터 반란을 일으켰다. 키움을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무명 선수 출신 감독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이후 김태형, 장정석, 이동욱(NC) 등 뛰어난 현역 시절을 보내지 못한 지도자들이 잇달아 감독에 임명됐다.

이런 추세는 지난 달 30일 삼성 허삼영 감독 계약발표로 정점을 찍었다. 삼성은 엘리트주의다. 프로야구 감독 자리도 스타 감독, 스타 선수들이 대물림해 왔다. 그런 삼성이 듣도 보도 못한 허삼영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허 감독은 1991년 상원고를 졸업한 후 삼성에 입단했다. 삼성에서 5년 간 4경기(1군 기준)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투수 출신 허 감독의 투구 횟수는 2⅓이닝이 전부다. 은퇴 후엔 프런트에서 활약했다. 코치 경험은 전혀 없다.

키움 장정석 감독과 SK 염경엽 감독, NC 이동욱 감독, 삼성 허삼영 감독의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프런트 출신이라는 것. 현장과 구단 실무를 골고루 파악하고 있다. 구단과 종종 마찰을 빚어온 스타출신 감독들에 반해 이들은 일체감을 자랑한다.

삼성 구단이 허 감독 체제를 택한 이유도 간명하다. “우리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선수의 기량과 성향을 파악하고 선수들과 소통에 능하다.” 감독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지도나 장악력, 카리스마가 아닌 소통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 쉴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심지어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아니다. 고교와 대학에서 선수로 뛴 것이 전부다. 지도자 생활의 시작도 고교야구에서였다. 쉴트 감독은 원 A에서 출발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지난 해 메이저리그 감독이 됐다. 그리고 2년 차인 올 해 팀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으로 이끌었다. 염경엽 감독도 2년 차에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다.

이제 프로야구 감독은 프로야구 출신의 전유물도 스타들의 독무대도 아니다. 오히려 흐름은 반대다.

바야흐로 무명 출신 감독 시대다. KIA와 롯데는 새 감독 선정 작업에 한창이다. 대세를 따를지, 여전히 스타출신에 집착할지 궁금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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