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청이 각 시·도 경찰청에 초과근무 자제지침을 내려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경찰청은 예산부족과 부정수급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일선에 근무하는 경찰들은 이 같은 지침이 근무현실과 맞지 않다며 비판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6일 초과근무와 자원근무를 최소화하고 휴가를 적극 권장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청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시·도경찰청과 부속기관에 하달한 바 있다.

이 계획에는 특별치안활동과 집회·시위가 많아 초과근무가 지난해보다 월 평균 0.9시간 늘었으니 남은 두 달 동안 초과근무를 줄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기본교대 근무만 서도 기준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을 산정할 때 치안기조변화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업무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하는 경찰은 거의 없다. 치안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찰 초과근무 예상치를 뽑은 뒤 그에 맞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일각에선 교대와 외근이 빈번한 부서의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구대에 있는 경찰관의 경우 주간엔 11시간·야간엔 14시간 근무해 매달 초과근무만 60시간에 이르는데, 경찰서에서는 40.5시간만 인정하겠다는 상황이어서 20시간에 이르는 수당은 돈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범죄 특성상 초과근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수사부서의 경우 맡은 사건이 많아 밤낮으로 야근을 할 수밖에 없지만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초과근무와 상한으로 정해진 시간까지만 금전 보상이 될 뿐, 그 이상에 대해서는 유급휴가로 저축이 돼 당장 금전적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선서 강력팀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는 "폐쇄회로(CC)TV 확인 등 종일 밖에서 외근을 하는데, 어떻게 '나인투식스(오전9~오후6시 근무)'를 지키느냐""사실상 무급으로 잠복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말을 맞아 휴가자 대체근무까지 떠맡아야 하는 데도 추가근무에 대한 휴가 '저축' 외에 당장의 수당은 기대할 수 없는 탓이다.

수도권의 한 지구대 팀장은 현재 팀 정원이 한 명 부족해 순찰차 2대를 돌리려면 다른 팀에서 자원근무를 받아야 한다정해진 근무시간을 넘기면 '저축'이 돼 나중에 휴가로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원할 때 휴가도 못 가는 현실에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통조사계에서 근무한다는 한 경찰관은 돈 안 준다고 해 정시퇴근하고 있다면서 왜 뺑소니 못 잡느냐고 항의하는 민원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경찰청은 지난 1124일 오전 전국 시·도 경찰청과 부속기관이 참여하는 화상회의를 열며 대책 논의에 나섰다.

이번 회의에서 경찰청은 기본근무를 제외한 초과근무는 원칙적으로 부여된 시간에서만 실시해야 하고 이를 넘는 초과근무 명령은 금지된다고 밝히고 각 부서장들은 꼭 필요한 초과근무인지 판단 후 초과 승인을 해달라고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초과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과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경찰의 업무환경 개선과 국민의 안전을 동시에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치안 공백은 현장 경찰관의 '정의감'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국민안전과 직결된 초과근무시간 줄이라는 게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

 

 

저작권자 © 폴리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