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아이 맡길 데가 없어 발 동동 구르며 눈물 흘리고 뛰어다니며 키우다가 돌봄·늘봄이 생긴다니 반가우면서도 막상 교사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앞으로 이 일이 어찌 전개될지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 누군가는 낳고 또 키워야한다.

정부가 올해 2학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 2026년까지 모든 초등학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늘봄학교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상반된 반응이다. 늘봄학교는 현재 시행 중인 방과후와 돌봄 교실을 통합한 개념이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정규수업 전후 교내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방과후교육과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 계획이다.

학부모, 특히 맞벌이나 한 부모 가정은 쌍수 들어 환영한다. 평소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긴급한 출장·야근이 생겼을 때는 휴가를 낼 수밖에 없었는데 정부가 하교 후에도 믿고 맡길 만한 돌봄·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의 이 같은 입장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18일 예비 초1 학부모 52655명을 대상으로 늘봄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6%(44035)가 참여를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교사와 교원단체들은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명확히 말하자면 방과후 돌봄을 교사들에게 맡기지 말고 지자체에 넘기라는 것이다. ‘늘봄학교는 교육기관인 학교를 돌봄기관으로, 담임교사를 민원담당자로 전락시켜 교육의 본질을 저해한다’(초등교사노조)는 이유에서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2528일 교사 5962명을 대상으로 학교 안 늘봄지원실 설치()’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97.1%가 반대했다.

늘봄학교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 간 극단적 입장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할까? 아무래도 교사의 직무를, 학교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지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급담당교원은 학급을 운영하고 학급에 속한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과 그와 관련된 상담 및 생활지도 등을 담당한다’(36조의5 3)고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교사 역량과 초등학교 역할은 지식전달·학습과 생활지도 이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 2022’ 결과에 따르면 향후 더 강조되어야 할 초등학교의 역할과 기능으로 보육 및 돌봄을 꼽는 국민들은 4명 중 한 명꼴이다. 맞벌이와 한 부모 가정 증가 등 인구구조 및 사회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변화일 것이다.

늘봄학교가 학교에 설치된다고 해서 교사들이 돌봄 업무까지 맡아야 할까요? 2022년 교육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가량(68.0%)은 늘봄학교와 같은 방과후 돌봄서비스가 학교와 지역사회의 공동 책임이라고 밝혔다. ‘학교 책임이라는 응답은 12.8%지역사회 몫’(19.3%)보다 낮았다.

교육계에선 지금 초등학교는 경로당만 빼고 다 들어와 있다는 말이 돈다. 방과후학교 운영 관련 실무와 유·초등 돌봄교실 관련 업무는 물론 현장학습, 학교폭력, 학생 보건관리, 급식 및 배식, 디지털기기 관리, 학교 홈페이지 유지보수, 입학준비금 행정처리 등 교육 외 행정업무 사항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사들은 수업준비와 생활지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한 늘봄 시범학교 담당교사는 학생들을 먹이기 위해 아침 간편식, 저녁밥 메뉴를 고민하고 주문하고 직접 사오기도 하면서 이게 교사가 해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든다. 교육의 영역도 아닌 보육의 영역을 위해 왜 담임교사가 수업 중 관련 공문을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늘봄 업무를 올 1학기까지만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되 2학기부터는 행정공무원이나 기존 돌봄전담사 인력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초등 늘봄학교 전면도입 시기가 불과 2년 남았다. 기왕 시작한 정책이라면 누구의 희생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새로운 학교·지역사회 협업 모델, 교원 역할을 정립해 학부모와 교사, 학교와 지역사회 모두 발전하는 결과를 맺길 바란다.

저작권자 © 폴리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