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느는데 인원은 안 늘려 준데다 경비동원근무까지 시키다보니 처리할 사건은 밀리고 수사기관에 대한 불만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에요"

일선 경찰서 한 수사팀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전국적으로 수사경찰의 인력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수사 부서에 근무하기 위한 요건인 '수사경과'가 없는 시보 순경이나 초임자도 수사부서에 일단 온다고만 하면 감사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수사 인력난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기점으로 수사부서 업무량이 크게 증가한 데 반해 인력은 그만큼 확보하지 못한 탓에 일선의 어려움이 훨씬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인력부족과 예산문제로 인해 악순환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 수사부서의 업무량은 증가했으나 인력은 확보되지 않아 현장에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서울이나 부산지역의 한 경찰서에서는 수사 부서에 근무하기 위한 요건인 '수사경과가 없는 순경이나 초임자도 수사 부서로 동원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수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은 수사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입장이며, 수사경과자를 대상으로 수사경과를 해제해 인력을 추가 확보하고 있다.

경찰청 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소·고발 접수건수는 409407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는 고소 162572, 고발 29056건이 접수됐다.

연도별로는 2016396939201738138720184070232019421211건 등의 고소·고발 사건이 경찰에 접수됐다. 검찰로 접수된 것까지 더하면 해마다 50만 건에 가까운 고소·고발이 수사기관으로 들어온다.

반면, 결과는 시원치 않다. 지난해 접수된 고소사건 354664건 가운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 20.7%에 불과하다. 해마다 기소의견 송치 비율은 더 낮아지는 추세다. 2016년 기소송치 비율은 25.4%를 기록했는데 2019년엔 23.4%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20%대까지 위협받고 있다.

고소 사건 중에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검찰이 기소하고 재판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5건 중 1건 꼴이다. 지난해 전체 범죄사건 기소율이 54.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봐도 낮다.

고소·고발은 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고 처벌을 요구하는 권리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불기소·불송치 비율이 높다면 경찰 수사력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반된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교해 전체 고소·고발 건이 100배는 많다""그 자제가 나쁘다거나 좋다는 평가는 할 수 없지만 고소·비교적 건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소되는 20% 정도를 제외하고는 불기소·불송치로 종결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나치게 많은 불송치·불기소는 수사력을 집중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평균적으로 전국 수사경찰 1인당 맡게 되는 사건 수는 약 88건이다. 주말을 포함하더라도 나흘에 1건씩 새로운 사건이 들어오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수사 인력에 비해 고소고발 사건이 과도하게 많이 들어오면서 수사 종결 시간이 길어지고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에도 무조건 입건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유형에 따라 조정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상대방은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불안한 지위가 되기 때문에 남용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소권도 보장돼야하지만 균형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법률 개정을 통해 피고소인이 곧바로 피의자가 되는 제도를 개선하고, 고소 접수와 동시에 입건하지 않고 형사사건 조정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과 변호사는 "수사 인력이 모자라면 피해를 보는 건 범죄사건의 수사가 늦어져 시간적·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는 국민들"이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경수사권 조정은 수사의 효율화라는 취지를 갖고 이뤄진 것"이라며 "수사 인력부족으로 인해 수사가 신속히, 꼼꼼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되면 치안서비스에 대한 불만,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수사에 대한 해결책은 경찰 수사 부서에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 인력을 증원하고, 수사 경과를 해제하여 경찰들이 수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수사에 필요한 예산을 적절히 지원해야 한다. 수사 장비, 교육, 연구 등에 예산을 할당하여 효율적인 수사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현대 수사는 기술적 지원이 필수이다. 디지털 포렌식,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의 기술을 도입하여 수사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다른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검찰, 국세청, 국경안보청 등과의 협력을 통해 수사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성과를 내는 경찰들에게 적절한 포상을 해주고, 부실한 수사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을 종합적으로 시행하여 경찰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악순환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은 모든 대규모 행사에 다수 경력을 투입해야 하고 많은 인파가 몰린 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하지만 수사·대공·치안분야의 업무량이 대폭 늘어난 데 비해 인력을 충분히 늘리기는 어려운 만큼 첨단기술력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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