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홈피와 똑같은 화면에 1원짜리 코인 숫자 조작해 띄워

해운대경찰서 전경
해운대경찰서 전경

코인(암호화폐) 투자를 명목으로 거액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암호화폐 투자거래소 홈페이지 화면을 조작하고 가짜 투자 계약서를 내세우는 등의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사기·사기방조 등의 혐의로 A(27) 씨를 구속하고 B(35)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22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암호화폐 거래소의 잔고를 수백 억 원대로 위조한 화면을 보여주면서 코인이 호황기다.

10억 원을 투자하면 4주 뒤에 17억 원으로 갚아주겠다고 속여 부산의 한 병원장으로부터 6차례에 걸쳐 55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은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바이낸스 등의 화면을 조작해 피해자를 속였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고 인터넷 브라우저 기본 기능인 개발자도구(Dev Tool)만을 이용해 잔금을 부풀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실제 갖고 있던 암호화폐는 바이낸스 기준 0.00005538BTC(비트코인)이었지만 화면에는 200.00005538BTC로 표시되도록 조작했다.

A 씨는 조작된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면서 키보드를 건드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화면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A 씨가 피해자에게 보여준 잔액은 조작된 것이었지만, 같은 화면 속 거래소의 시세 변동에 따른 숫자 변화 등은 정상 작동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속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일당은 업비트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실제 A 씨가 가진 코인은 1원어치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를 200억 원으로 조작했다.

여기에다 가짜 투자 계약서도 동원했다. A 씨는 서울 강남의 초호화 아파트에 사는 B 씨가 자신에게 4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내밀며 피해자를 속였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서울 강남이 아닌 부산 수영구에 살고 있으며 계약서 역시 모두 가짜였다. 계약서에는 작성 일자가 ‘931로 표기돼 있었으나 피해자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화면 조작법을 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도 A 씨가 수백억 원대의 암호화폐를 갖고 있다고 믿어 고소를 망설이는 피해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청 자료 등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암호화폐와 관련한 불법행위 피해 금액은 총 52941억 원에 달한다. 20181693억 원이었으나 암호화폐 호황기였던 202131283억 원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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