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강제할 근거법 없어 1월엔 피해여성 사망사건도
부산서만 하루 평균 12건…교제폭력 막을 대책 “수사 단계부터 적극 조치해야”

헤어진 연인을 찾아가 갈비뼈 등을 수차례 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위협을 느낀 피해 여성은 앞서 두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를 막을 방도는 사실상 없었다.

부산에서만 교제폭력 신고가 연평균 4000여 건씩 접수되고 있지만 피해자를 보호할 기본법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의 보호 조치마저 미온적인 탓에 교제폭력 피해자들이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26일 오후 1230분께 해운대구 중동 한 아파트에서 헤어진 연인을 폭행한 혐의로 30대 남성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27일 밝혔다.

A 씨는 피해자 B 씨의 자택에서 B 씨의 갈비뼈 등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폭행을 당한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A 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3년 전부터 교제폭력 피해 등을 호소하며 A 씨를 두 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A 씨에 접근금지를 권고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제폭력의 경우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접근금지나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의 방법으로 가해자를 강제로 분리할 수 없다. 결국 접근금지가 권고에 그치면서 B 씨의 경우도 A 씨의 세 번째 폭행을 막을 수 없었다.

경찰은 불구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제폭력으로 두 번이나 신고가 들어온 경우라 이번에는 법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면서 수사 중인 사안으로 정확한 내용은 말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에서 교제폭력은 하루 평균 1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교제폭력 신고는 20213144, 20224347, 20234580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12건씩 교제폭력이 접수된 셈이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교제폭력을 호소하다 끝내 숨지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 1월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9층에서는 교제폭력을 호소하던 20대 피해 여성이 떨어져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피해 여성 옆에는 스토킹 혐의를 받던 전 연인이 함께 있었다.

매년 증가하는 교제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은 꾸준히 발의되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의원이 데이트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해당 법안은 피해가 경미한 단계부터 수사기관의 선제적 개입으로 잠정 조치 등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근거법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안전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대 한민경 범죄학 교수는 교제폭력 관련 근거법이 없어도 보복이 우려되는 범행의 경우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 등을 준용해 맞춤형 순찰, 스마트 워치 지급 등 경찰 단계의 기본적인 조치부터 법원 명령에 이르는 임시 조치를 할 수 있다수사 단계에서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법이 필요하다면서 성폭력 범죄와 가정폭력, 스토킹 범죄 등 분절된 체제가 아니라 여성폭력을 아우를 수 있는 여성폭력 방지 기본법을 개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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