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교도소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 통해 마약 유통 의혹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핵심 인물…임시인도 방식으로 국내 수사 착수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이른바 ‘텔레그램마약왕’ 박왕열(48·닉네임 ‘전세계’)이 25일 한국으로 송환돼 국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됐다.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피의자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임시 인도’ 방식으로 국내 형사 절차에 넘겨진 것이다.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필리핀 정부로부터 박왕열을 임시 인도받아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달 초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약 3주 만의 결정이다.

임시 인도는 피청구국이 자국 내 재판 또는 형 집행을 중단한 상태에서 범죄인을 일정 기간 청구국에 넘겨 형사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경찰은 박왕열의 신병을 넘겨받는 즉시 국내에서의 마약 밀수·유통 혐의와 조직 운영 실태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에서 발생한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필리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이 살해된 사건으로, 현지 수사 과정에서 박왕열이 관련된 범죄 조직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그는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2020년 필리핀 당국에 검거됐고 2022년 현지 법원에서 장기 징역 60년(단기 52년) 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었다. 필리핀 당국은 검거 이전에도 박왕열을 두 차례 체포했지만 도주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왕열은 동남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동남아 3대 마약왕’, 텔레그램 닉네임을 딴 ‘마약왕 전세계’ 등으로 불리며 악명을 떨쳤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박왕열은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하고 유통한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취급한 것으로 파악된 마약류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엑스터시, 케타민, 합성대마 등이며 유통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교도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통신 환경 속에 ‘호화 수감 생활’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해외 교도소 수감 상태에서도 범죄를 지속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송환 절차를 추진해 왔다.

수사기관은 박왕열이 운영하거나 관여한 마약 유통 조직의 국내·해외 네트워크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유통책과 자금 흐름을 추적해 범죄 수익 환수까지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에는 법무부·외교부·검찰청·경찰청·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왔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박왕열 송환과 관련해 “국내로 유입된 마약의 유통 경로와 조직 구조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 거점을 둔 한국인 범죄 조직은 마약 밀수, 보이스피싱, 도박 사이트 운영 등 다양한 범죄 형태로 활동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부 조직은 동남아 국가를 거점으로 삼아 국내 범죄를 원격으로 지휘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피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 수사기관은 인터폴 공조, 범죄인 인도 조약, 현지 합동 수사 등을 통해 해외 도피 범죄자를 추적하는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리던 또 다른 인물 김모 씨도 베트남에서 검거돼 2022년 국내로 강제 송환됐고, 이후 징역 25년과 추징금 6억9000만 원이 확정된 바 있다.

수사당국은 박왕열 사건을 계기로 해외 기반 마약 조직의 국내 유통 구조와 자금 흐름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수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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