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6개 상임위원장을 야당과 합의 없이 단독으로 선출했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여야 합의 없이 뽑은 것은 헌정사에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1948년 제헌국회 이후 처음이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21대 국회의 파행은 불 보듯 훤하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위해선 야당 몫 법사위원장 관행을 더는 용인해선 안 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8)을 이미 넘긴 만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민주당은 176의석을 가진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듯 초반부터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갈 수 있다며 군불을 땠다. 결국 아무런 힘이 없는 야당을 누르고 일당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말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과 한 협치 약속도 사탕발림이었다.

여당은 단독 선출에 대해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비롯해 시급한 현안 처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여야 간 쟁점이 있어도 시급성을 내세워 또다시 힘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법사위원장을 뺏긴 통합당이 자당 몫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거부하고 협치 중단을 선언한 만큼 당분간 국회는 반쪽짜리 운영이 불가피하다.

지금 국회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가하게 싸우고 있을 한가한 때가 아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 사태로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치닫고 있다. 줄서기를 강요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지혜로운 양다리 외교도 펼쳐야 한다. 여기에다 북한이 군사 안보를 위협하며 긴장 상태를 조장하고 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도 산더미 같이 쌓인 국내외 현안을 해결할 묘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국회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국회의 절대 권력을 장악한 여당이 조금은 더 배려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양한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 국회 특성상 원 운영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 양보다. 특히 다수당의 소수당에 대한 배려와 상호 존중의 정신을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야당도 거여를 견제하는 기본 책무에 충실해야겠지만 민생을 외면하면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여야는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국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죽기 아니면 살기식 대결정치는 꼬인 정국을 풀 수가 없다. 여야가 협치를 하지 않으면 국회는 제 기능을 상실해 피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국민의 인내심이 폭발하기 전에 치킨게임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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