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우리경제는 고물가 충격과 잦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난히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거기다 다시 급증한 코로나 감염 및 사망자,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 세계 20개 주요국가 중 가장 큰 폭의 증시하락 등은 검은 호랑이해가 남긴 상흔들이다.
2023년 계묘년에도 결코 만만치 않다고 한다. 한국이 1%대의 경제성장률에 그치면서 ‘고용도 성장도’없을 것 같다고 언론들은 보도한다. 일본 노무라경제연구소는 심지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3%로 예측하고 있다.
새해는 새해이다. 모쪼록 희망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다.
이에 서정주 시인의 ‘꽃밭의 독백’이란 시를 소개한다.
꽃밭의 독백/서정주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게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이 시는 '사소 설화'를 모티브로, 인간 세계의 유한성과 인간 본질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영원의 세계를 지향하는 화자의 열망과 구도의 정신을 노래하고 있다.
인간 세계의 유한성을 제시하고 있다. 노래가 좋기는 가장 좋아도 그 소리는 구름까지 갔다가는 돌아올 수밖에 없고, 힘차게 달리는 말도 바다에 이르면 멎을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게 된 화자. 즉 '사소'가 산돼지나 산새들에게 입맛을 잃어버렸다는 독백을 통하여 인간 세계의 유한성을 말하고 있다.
또한 자연과 동화될 수 없는 인간 본질의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핵심적 이미지인 '개벽하는 꽃'은 소멸과 생성, 죽음과 부활이 반복됨으로써 거듭 태어나는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화자는 '꽃'으로 상징된 자연의 세계, 곧 영원의 세계에 합일되려 하지만, 결국은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인 자신의 한계만을 자각할 뿐이다. 다시 말해, 신선이 되고 싶어 하는 '사소'는 열심히 선(仙)의 세계를 꿈꾸고 있으나, 그때마다 영원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성을 확인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끝으로 시는 영원의 세계를 갈망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벼락'과 '해일'은 영원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화자가 극복해야 할 온갖 고통이나 형벌을 의미하며,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라는 주술적 성격의 반복되어 나타나는 절규 속에는 영원의 세계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담겨 있다.
이미지 사진은 조지 프레드릭 왓츠의 ‘희망’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이 그림은 충격적이다. 젊은 여성이 남루한 옷데림으로 지구본 같은 둥근 공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다. 눈에는 붕대를 칭칭 감고 있고, 손에는 한 줄 남은 리라악기를 들고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다.
그리스도인 화가 조지 프레드릭 와츠의 작품이다. 이 그림을 남아프리카공화국 만델라 전 대통령이 26년 동안 감방에 걸어 두었다고 하고, 킹 목사와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이었든 버락 오바마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그림’이라고 소개하며, 연설에서 즐겨 인용했다고 한다.
두 눈을 실명한 소녀가 한 줄밖에 남지 않은 리라를 안고 그래도 연주를 하려 하는 모습이다. 희망의 희(希)라는 한자는 노예가 사슬에 칭칭 묶인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동서양 모두 절망적이고 비극적이며 무력한 상황에서도 꿈을 꾸는 것이 희망이라는 것이다.
바람이 앞장서 길을 내는 먼 하늘을 돌아 힘차게 비상하는 새들이 찾아가는 그 곳엔 소중한 우리의 꿈들이 찬란히 밝아올 여명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이 길이 비록 어려울지라도 내일의 새로움이라는 믿음으로 정신의 칼끝을 높이 세우고 저물어 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심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