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증질환연합회 "의협도 정부도 책임의 무게 스스로 느껴져야 이 대치 멈추게 될 것"
다생의 "전체주의적 조리돌림과 폭력적 강요를 중단하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야기된 정부와 의사집단의 갈등이 한 달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배정하며 '2000명 증원실행에 나섰고 의대 교수들은 이에 반발해 집단 사직과 근무 축소에 돌입했다.

양측이 이처럼 '강대강' 국면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둘 다 "잃을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후 한동안 '의료대란'으로 불릴 정도로 현장 혼란은 극심했지만 이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본다는 분석이다.

전공의들이 있는 대형병원들이 축소 운영을 하면서 대형병원은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재편되고, 경증 환자들은 병·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대형병원의 지나친 '전공의 의존' 관행을 줄이고,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을 찾는 행태를 없애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정부가 대폭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의료 현장의 극심한 혼란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혼란이 조금씩 안정된다면 정부로서는 '백기'를 들 이유가 없다.

정부는 나아가 이번 사태를 '의료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각종 필수·지방의료 지원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전공의들 역시 '3개월 면허정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 행정처분이 임박했지만 별다른 동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 수는 전체 93%에 달한다.

전공의들이 꿈쩍하지 않는 데는 정부의 행정처분이 의사 신분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정부의 면허정지 조치는 '3개월'에 불과하며 이르건 늦건 사태가 해결되고 면허정지 기간이 끝나면 전공의들은 언제든지 의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결국 1만여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에게 기대지 않고서는 의료 시스템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의사들의 계산이 낳은 갈등 공전 속에 환자들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21"의협도 정부도 책임의 무게가 스스로들 느껴져야 이 대치가 멈추게 될 것 이라는게 중증환자 및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의대생 모임인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다생의)’가 일부에서 벌어지는 학생 대상 조리돌림과 강요를 거둬달라고 촉구하는 한편 지난달 동맹휴학결의 전 의대 증원·휴학 참여 동의 의사 등을 포함해 실시한 전체 의대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생의는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대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과 각 학교에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을 게재했다.

이들은 전체주의적인 조리돌림과 폭력적 강요를 중단하라일부 학교에서 복귀를 희망하거나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 학년대상 대면사과·소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는 개인의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단체행동에 동참할 것을 협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각 의대 비상대책위원회에 기명투표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의대 사회에서는 의료정책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의 장은 사라지고, 오직 증원 반대를 위한 강경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구성원을 반역자로 여기며 색출을 요구하는 분위기만이 압도하고 있다기명투표를 포함해 불참자에게 연락을 돌리는 등의 전체주의적 관행이 바로잡히지 않는 한 지금의 휴학은 자율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대협에는 지난달 18일 동맹휴학 결정하기 전 진행한 전체 학생 대상 설문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다생의는 당시 설문에는 의대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대한 의견과 동맹휴학 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이 포함돼 있었는데 일절 설명 없이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학생들은 동료들이 어떠한 의견을 가졌는지 알 권리가 있고, 의대협의 동맹휴학 방침에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와 근거가 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지 말라고도 요구했다. 이들은 의대생들은 학교에 복귀하든 휴학하든 졸업까지 안전히 학업을 마치려면 교수진, 행정실과 적극 대화해야 한다궁금하거나 걱정되는 사항을 직접 질문하지 못하고 비대위 공지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무시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타 직군과의 소통을 가로막거나 언론에 의견을 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고도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가 집계한 의대생 휴학 신청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누적 휴학 신청 건수는 8951건이다. 이는 전체 의대생의 47.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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