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에 초임 발령을 받은, 비쩍 마르고 눈이 커서 보기에도 참 순하게 생긴 김 순경은 서울 중앙청에서 일하다가 고향에 내려와 있던 동네 아가씨와 인연을 맺었다. 가난한 부부였던 둘 사이에 눈이 동그란 딸이 태어났는데, 몸이 약해 24시간 울어재끼다 기절하기를 반복하더니, 곧 쫑알쫑알 하루 종일 말대꾸를 하는 꼬맹이가 되었다”
김소연 법률사무소 윌 대표변호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출신으로 경리계장을 했던 아버지와 딸에 대한 회고를 통해 추악한 경기도 법카 사태를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무주 총각 김 순경 스토리를 써보려니 재밌네요. 저희 아버지 이야기"라며 “저와 달리 너무 신중하시고 너무 소심(?)하셔서 저에게 평생 ‘이거 조심해라, 저거 조심해라, 너무 앞서 나가지 마라, 조금 편하게 가면 안 되겠니...’ 걱정을 담은 잔소리를 하시고 계신다”면서 “그러다 제가 ‘아빠 내가 알아서 할 게’라고 말씀드리면, 매번, 새삼 서운해 하시면서도 또 묵묵히 도와주시는 스타일이시다. 어쩌다 이렇게 정반대 성격의 딸이 나왔는지, 아버지를 똑 닮은 착한 남동생이 요즘 아버지랑 똑같이 저에게 잔소리 하는 거 보면, 저는 참 별종인 것 같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렇게 아버지와 저는 전혀 다른 캐릭터 같지만, 제가 아버지의 아주 훌륭한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그대로 배우고 닮았다는 점은 자랑하고 싶다”며 “어린 시절, 어렴풋이 기억나는 단칸방 시절, 늦은 퇴근길에 서류 뭉치를 보자기에 담아서 들고 와 밥상을 펴고 주판과 30cm 자를 올려놓고 꼼꼼하게 깨알같이 정리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면서 “소크라테스 악처 같았던 어머니는 ‘그런다고 봉급 더 주나?’라며 평생 아버지를 구박했다. 참 평범하고 소소한, 애틋한 장면들이네요. 부모님은 상고, 여상 출신 고졸이셔서, 아버지는 경찰 재직 시 대부분을 회계 경리 업무를 담당하셨고, 어머니도 젊은 시절 중앙청에서 관련 업무를 하셨다고 한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순경시절 변사자 발견으로 출동했다가 너무 놀라고 토하고 힘들어하셨다는 아버지는 특기 적성에 맞게 대부분의 임기를 행정경찰로서 회계 경리 업무를 담당하셨고, 대전경찰청에 오래 근무하시다가 말년에 지구대장을 하시고 정년퇴직하셨다”며 “제가 변호사로서 조사 입회 등으로 대전경찰청이나 5개 경찰서를 가면, 저를 알아보시고 아직도 ‘계장님 잘 계시죠?’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대장님이라는 말보다 계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시는 이유는 저희 아버지께서 대전청과 일선 경찰서에서 만년 ‘경리계장’으로 일해 오셨기 때문이다”면서 “아버지는 공직자로서 업무보다, 그런다고 봉급 더 주냐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평생 들어오신 게 아마 100배는 더 어렵고 힘드셨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경리계장은 청이나 서의 살림살이를 도맡아하는 자리로, 급여나 각종 비용 집행 외에도, 중요한 업무로서 청장님이나 서장님에게 일명 ‘법카’를 드리고 또 관리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며 “아버지께서 가끔 옛날에 함께 일했던 누구누구 서장님, 누구누구 청장님 연락이 왔다고 하시면서, 일화를 이야기 해주시는데요. 그 중 법카 사용 관련해서 규정에 맞지 않는 사용을 하시려 거나 실수하시는 상관에게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바로잡는 일이 꽤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면서 “윗사람이 법카 사용을 잘못해서 감사를 받거나 혹여라도 형사적으로 문제가 되면 모두 경리계장인 아버지가 연대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소한 거 하나라도 대충 넘어가지 못하셨다 한다. 그러다 한동안 상관 눈에 나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기도 하고, 괴롭힘도 당한 적도 있지만, 결국 나중에는 다들 고마워하고 진심을 알아줬다는 훈훈한 이야기는, ‘그런다고 봉급 더 주냐’는 말을 하는 우리 어머니께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그런데 저는 말단부터 시작한 공무원 외벌이 집안에서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늘 공직자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맡은 바소임을 다하시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셨던 아버지의 무용담을 들으면 매번 자랑스럽더랍니다”며 “나이 먹고 사회에 나와, 특히 업무상 배임 횡령 등 수많은 형사사건들을 보면서, 한 기관의 회계와 경리를 다루는 자리가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운 자리인 줄 알게 되었고, 비록 높은 자리까지 승진하시거나 큰 권력과 부를 누리시지는 못했지만, 아버지께서 누구보다 떳떳하게 명예로운 정년을 보내신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면서 “더 나이 어린 상관으로부터 굴욕적인 말도 들어야 했던 중에도, 끝까지 소신 지키며 규정을 알려드리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씀드렸던 참 공무원 김 순경의 딸도 ‘그 아버지의 그 딸’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신가요? 추악한 경기도 법카 사태를 보니 문득 아버지의 공직 인생이 떠올랐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소연 변호사는 ‘달님은 영창’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유명하다. 그는 윤희숙 전 의원의 사태로 공석이 된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