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월 10일부터 일반인에 개방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청와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의 관저였던 ‘경무대’에서 시작해 74년간 이어져 왔던 권력의 핵심 ‘청와대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윤 당선인은 20일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용산 시대’의 개막을 공식 선언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열린 45분간의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는 임기 시작인 5월 10일에 개방해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근무 인원은 임기 시작인 5월 10일 첫 출근을 용산 국방부 신청사로 하게 된다.
신청사에서 근무하던 국방부 관계자들은 인근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구청사로 이동한다.
합참 인력은 중장기 계획을 세워 남태령(서울-과천)에 위치한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하게 된다.
당선인 측이 추산한 예산은 대통령실과 기존 입주기관 이전 및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을 포함해 약 496억 원이다.
윤 당선인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관저로 사용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에서는 국민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다.
당선 후 광화문 정부청사 외교부 청사들을 대통령실 이전지로 적극 검토했으나 경호, 보안시설, 시민들의 불편 문제에 봉착하면서 주춤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폐해를 거론하면서 반대했고, 심지어 국민의힘과 대통령인수위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전을 밀어붙였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 현안이 밀려 들면, 대통령실 이전 문제는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광화문 대안으로 용산 여의도 등 여러 곳을 후보지로 검토했던 윤 당선인은 국민과의 소통과 보안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최적지인 용산을 낙점하게 됐다.
앞서 일각에서는 용산이 외국군이 주둔했던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 하느냐”며 “용산 땅은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도 “1882년 임오군란 때부터 일본군의 공사관 수비대가 용산에 주둔하면서 그 때부터 시작해서 조선군 주차사령부, 일본군 사령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산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지로 선택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앞으로 조성될 ‘용산공원’이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새 대통령 집무실 조감도를 직접 공개하고 “백악관과 같이 최소 범위에서만 펜스를 설치하고, 잔디밭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서울에는 없었던 50만 평의 공원을 시민들께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10개 층으로 이뤄진 국방부 청사에는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과 함께 기자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25만㎡(약 7만6000평) 경내에 본관·여민관(비서실)·춘추관(기자실) 등으로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기능들이 하나의 청사로 집중되는 것이다.
이 중 대통령 집무실은 3층에 ‘시민공원 뷰’로 들어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의 청와대와는 달리 대통령이 집무 중에라도 언제든 블라인드만 걷으면 공원의 시민들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3층에 비서실장을 포함한 주요 보좌진의 사무실이 들어서며, 2~5층에 비서관·행정관들이 근무하는 공간이 들어선다.
1층에는 기자실과 함께 기자회견장 설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 청와대 비서진은 여민1~3관의 3개 동을 쓰고 있지만, 이전하면서 하나의 청사 안의 3개 층을 사용하는 것으로 축소된다.
이는 ‘작은 청와대’를 구성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와도 맥이 닿아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비서동이 지금 3개 동인데 (새 대통령실은) 그것을 합친 것보다 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화 이후 탈권위주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영향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역대 대통령은 거의 예외 없이 ‘청와대 탈피’를 시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분산된 청와대 구조는 참모와의 소통 문제 등 불편함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 건물들이 도보로 15~20분 거리로 떨어져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후보 시절 서울 정부종합청사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1998년 초 집무실의 서울청사 이전을 추진했다.
두 대통령 모두 경호와 비용 등 문제로 추진 사업을 접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청와대와 주요 정부 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는 수도 이전 공약을 발표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으며 좌초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청사 별관에 집무실과 비서실, 경호실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역시 비용과 국회 승인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으로 없던 일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초였던 2018년 2월 ‘광화문 대통령 시대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집무실 이전을 본격 추진했으나 역시 경호와 비용 문제로 계획은 백지화됐다.
이런 측면에서 윤 당선인이 대선이 끝난 지 단 두 달 만에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첫 출근을 새 집무실로 하겠다고 밝힌 건 초유의 정치실험이다.
다만 ‘용산 시대’의 선언에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상태다.
우선 임기 개시까지 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핵심 안보시설인 청와대와 국방부를 차질 없이 옮기는 실무적 과제가 있다.
또 문재인 정부와의 협의, 청와대 이전비용은 인수위의 예비비 예산 범위를 벗어났다는 야당의 반발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수두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