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용산 이전을 설명하기 위해 조감도를 공개하고 직접 브리핑을 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필자는 소통불통이란 상반되는 두 단어를 동시에 떠올렸다. 당선인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했다는 점에서 소통 의지가 느껴졌다. 대통령을 왕처럼 떠받드는 풍토가 마침내 끝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주었다. 반면 비현실적인 구상에다 자기의 결정을 일방 통보하는 것 같은 태도에서는 불통의 이미지가 풍겼다.

이번 20대 대통령선거는 유례없는 비호감 선거였다. 후보 본인은 물론 부인과 가족리스크에다 정책 보다 네거티브 대결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의 선택이라도 해야 했던 국민들은 윤석열 후보에게 지지율 0.73%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국회의원 0선인 정치 초보에게 현 정권이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만큼 달변가도 아니었고, 정치적 감각도 떨어졌다. 그렇다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공약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거 운동 당시 윤 후보의 소통 능력은 이 후보보다는 한수 위였다. 두 번이나 불협화음을 일으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대화로 끌어안으며 선대위를 파국에서 건져내기도 했다. 유세에서도 순수함을 무기로 청년세대와 소외계층과 소통을 이뤄냈다. 국민들은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잘하는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 이미지를 보인 윤석열의 매력에 빠졌다.

윤 당선인은 대선 이후에도 소통이란 초심을 잃지 않았다. 선거운동 당시 약속에 따라 울진 산불 이재민들을 다시 찾아 격려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인수위 인사들과 재래시장을 찾아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인수위 기자실도 수시로 찾아 즉석 인터뷰를 하면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모습은 신선했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구상도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는 일반 국민들과 쉽게 만날 수 없어 소통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게 윤 당선인의 신념이었다. 참모들을 주변에 두어 국정 운영의 개방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또 다른 이유였다.

윤 당선인의 공약과 달리 경호상 문제 시민들의 불편 초래 등 여러 가지 걸림돌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무산됐다. 그러면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청와대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변경했다. 안보와 관련해서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국방부를 사전 계획 없이 짧은 시간 내에 옮기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윤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면 바쁜 일정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차일피일 될 거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말과 뜻이 힘을 얻으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을 통한 공감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섣부르고 성급한 집무실 용산 이전 결정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고집불통으로 비쳐졌다.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끝내는 상징적 조치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인데 그 과정이 윤 당선인을 제왕적이라고 느끼는 국민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5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172석의 거대 야당 민주당은 사사건건 새 대통령 팔다리를 잡고 늘어질 것이다. 정권 교체기 허니문 기간인 지금도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갖가지 몽니를 부리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전 정권이 빚을 폭증시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데 세계 경제까지 불확실하다. 김정은 도발 사이클도 막 시작될 시점이다. 역대 새 정부 출발 여건으로는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할 것이란 응답이 55, ‘잘못할 것이란 응답은 41%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3주 연속 50%가 안 된다. 윤 당선인은 여론의 지지 여부는 별 의미 없다고 말했다.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 야당과 협치를 하면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협치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대통령 의지만으로 안 되고 여야가 서로 정책을 조정하거나 자리를 주고받아야 실현되기 때문에 무척이나 어렵다. 지금까지 여소야대 정국을 슬기롭게 넘긴 전임 대통령은 없었다. 윤 당선인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안하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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