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光復)은 빼앗긴 땅과 주권을 되찾음을 의미하고 건국(建國)은 나라를 세움을 의미한다. 이 두 단어의 뜻은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광복 79주년을 맞은 2024년 8월 15일, 조국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 앞에 부끄러운 광복절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이날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광복절 경축식에는 야당과 다수 독립운동단체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독립유공자 후손 모임인 광복회가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 것은 1965년 창립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대신 민주당과 독립운동단체연합은 같은 시각 정부 행사장에서 3.4㎞ 떨어진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기념식을 열었다. 우려했던 대로 광복절 기념식이 결국 따로따로 행사로 전락한 것이다.
독립운동의 성지인 천안 독립기념관에서도 8·15 광복절은 두 동강이 났다. 독립기념관이 개관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경축식을 취소하자 천안시가 이날 오전 10시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단독으로 경축식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경축식이 한창인 시각 독립기념관 분수광장에서는 민주당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독립기념관장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한쪽에서는 경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규탄하는 광복절이 되었다. 이날 독립기념관을 찾은 시민들은 진영 싸움에 둘로 나뉜 광복절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야당과 독립운동단체의 경축식 보이콧은 보수 성향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발단이 되었다. 야당과 광복회는 김 관장이 일본 식민지배 합법화를 도모하는 ‘뉴라이트’ 인사라는 이유로 줄기차게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광복회는 9가지 뉴라이트 판별법까지 제시하면서 김 관장을 친일파로 몰아가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면 뉴라이트라는 기준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김 관장 스스로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는데도 야당과 광복회는 막무가내이다.
이번 광복절은 정치적 이념과 입장에 따라 갈라진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야당이나 광복회의 주장이 백번 옳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이날 경축식에서 새로운 통일 구상을 제시했지만 이것도 갈등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국민 통합을 생각하면 광복절 이후가 더 걱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