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80분 회동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보수진영 내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동안 보수진영에 잡음을 만들어가며 진행된 이번 면담은 한동훈 대표에게 있어 정치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한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21일 회동은 오후 4시 54분부터 80분간 ‘차담(茶談)’으로 진행됐다. 애초 시작 시간은 오후 4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대통령이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 장관 면담 등 외교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소 늦어졌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두 사람은 노타이 정장 차림으로 회동에 앞서 10여 분간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을 거닐며 담소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이날 경찰의날 행사에서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현양(顯揚)된 고(故) 이재현 경장 등을 언급하며 “경찰 영웅은 몇 십 년이 지나도 잊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산책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 일부 대통령실 참모도 함께했다.

이후 실내에서 진행된 두 사람의 차담 좌석에는 정진석 실장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직사각형 형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았고 정 실장이 한 대표 왼쪽에 자리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한동훈 대표”라고 호칭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공개한 9장의 회동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은 처음 만나 악수할 때는 웃음을 띠고 있지만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는 표정이 굳어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면담은 차분하고 원만하게 진행됐다"며 "나중에는 서로 웃으면서 미국 대선 전망까지 나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은 좌석 배치부터 말이 나왔다. 친한계에서는 한 대표 자리가 대통령 정면이 아닌 점, 대통령 참모인 정 실장이 한 대표와 나란히 앉은 것을 지적하면서 “집권당 대표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아니다”라는 불평이 나왔다.

시작부터 삐걱된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마치 고장난 라디오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실상 한 대표의 요구사항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에 한 대표가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을 마치고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웬만하면 직접 브리핑을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질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여사 라인의 정리가 1번 요구사항이었는데, 잘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원하지 않은 답’을 들었거나, 아예 일방적인 의견 전달만 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친한계 이탈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동을 통해 한 대표에게는 어떠한 권력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정치를 못하면 끝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회동은 지난 7월 30일 비공개로 만난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이뤄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인 7월 24일과 9월 24일에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이 있었지만 여러 명이 함께한 자리여서 두 사람만의 밀도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만찬 직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빠른 시일 내에 윤 대통령과 현안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대통령실은 보름 만인 지난 9일 회동 요청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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